대부분 대학 재학생으로 추정되는 글쓴이들은 “MZ세대라는 단어는 기자들이 만들고 기자들만 쓰는 말”, “윗세대 입장에서 이해 안 가는 젊은 세대면 다 MZ세대”라며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이 단어에 정작 당사자 중 상당수는 공감하지 못하는 실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억지 밈(강요된 유행)이라고 생각해요. 무려 30년을 한 세대로 묶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요. 요즘은 트렌드가 하도 확확 변해 Z세대 안에서도 문화 차이가 느껴지는걸요.”(21세 대학생 한모씨)
“서른아홉 살 팀장님이 나랑 같은 MZ세대라고 하면 누가 공감하나요. 팀장님은 학생 때 ‘네이트온’을 썼고, 나는 ‘버디버디’ 세대인데요. 회식·결혼·젠더 문제에 이르기까지 공감대가 거의 없습니다.”(29세 직장인 김모씨)
특정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을 한 세대로 묶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X세대(1975~1984년생), 86세대(1960년대생, 1980년대 학번) 같은 선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Z세대, 그중에서도 특히 Z세대가 MZ세대로 묶이는 데 난감함을 표출하는 것은 1980년대 초반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간극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대학원에 재학 중인 강민정 씨(27)는 “기성세대가 다양한 유형의 젊은 세대에 대해 알아보려는 노력 없이 ‘요새 젊은이들은 다 이렇다’며 한 덩어리로 취급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실제로 MZ세대는 그 안에서도 가치관 차이를 드러낸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 6월 발표한 ‘세대별 사회인식 및 가치관’ 조사에 따르면 Z세대와 ‘후기 밀레니얼’ 세대는 우리 사회에서 갈등이 심한 영역으로 ‘젠더 갈등’을 꼽았다.
반면 1981~1988년 출생자인 ‘전기 밀레니얼’ 세대는 ‘정치이념 갈등’을 들었다. “Z세대보다는 윗세대인 X세대와 비슷한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기 밀레니얼과 X세대는 2, 3위 답변도 각각 빈부 갈등, 젠더 갈등으로 같았다.
이 같은 세대 구분이 미국식이어서 한국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학계에서 나온다. 인구학 전문가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미국인이 특정 시기에 겪은 사회 경험과 한국인의 경험이 같을 수 없다”며 “한국 나름의 사회문화적 사건을 고려해 미국식 세대 구분과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6년생부터 베이비부머로 칭하지만 한국은 6·25전쟁 이후인 1955년생부터를 베이비부머로 부르는 게 맞다”는 주장이다.
조 교수는 이런 논리에 맞춰 1985~1996년 출생자를 밀레니얼 세대, 1997년생부터를 Z세대로 볼 것을 제안했다. 1980년대 초반생은 X세대에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조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는 극심한 경쟁을 겪어 게임의 룰을 중요시하는 게 특징”이라며 “인구가 많은 이전 세대에 밀려 입시는 물론 취업 과정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치렀다”고 설명했다.
Z세대의 특성은 ‘스마트폰·다양성·글로벌’로 요약된다. 조 교수는 “Z세대는 TV에서 PD가 가공하고 고른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인터넷과 SNS에서 능동적으로 정보를 찾으며 자랐다”며 “밀레니얼과 Z세대는 같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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