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지역의 소규모 방송사에서 근무 중인 한 아나운서의 분장비 '먹튀'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8일 네티즌 A 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메이크업받고 100만 원 넘게 먹튀 한 경남 아나운서'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A 씨는 B 아나운서에게 미스코리아 대회 출전 명목으로 수차례 메이크업과 헤어를 했으나 총금액 100여 만 원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지난 8월 21일 B 아나운서에게 처음 연락을 받았다. 미스코리아 대회를 위한 출장 메이크업을 해줄 수 있냐는 문의였다. A 씨는 "미인대회 메이크업은 손이 많이 가고 리허설, 예선, 본선 등 여러 번 해야 하기 때문에 한 지원자 당 대회 통틀어 150만 원 정도를 받는 게 시장의 현황"이라고 설명했다.
A 씨는 비행기 티켓을 포함해 1회 50만 원 이상 들 것이라고 고지했다고 밝혔다. B 아나운서는 대회 일정이 급히 정해졌다면서 25일경 리허설 메이크업을 받았다.
A 씨는 "미인대회 출전자들은 예선, 본선 때 합숙을 하며 셀프 메이크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수강료를 지불하고 강의를 받는다. 이 아나운서도 강의를 2회 하기로 예약했다가 1회에 15만 원이라는 비용이 부담된다고 했다. 그래서 1회 비용만 받기로 하고 리허설 메이크업과 강의를 해주고 대회에서 쓸 메이크업 용품과 20만 원 상당의 반영구 문신도 공짜로 해줬다"고 설명했다.
A 씨는 B 아나운서가 메이크업을 받는 동안 한 번도 약속 시간을 지킨 적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지역 큰 방송국 메이크업과 웨딩 메이크업 등을 맡아서 하고 있어 매우 바쁘고 프리랜서라 시간이 돈이다. 그런데 치아미백, 피부 관리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일정 변경이 잦았다. 그래도 맡아서 해주기로 했으니 최대한 젠틀하게 대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300km가 되는 거리를 운전을 해 본대회 전날 갔다. 더 신경 쓰려고 실장님 한 분을 대동했다. 새벽 4시 30분에 메이크업 예약을 해서 일찍 잠들었는데 밤 12시가 넘어서 연락이 왔다. 새벽 5시 넘어 도착하겠다는 거다. 새벽에 메이크업을 하고 일정을 마친 후 집으로 향했다. 씻고 정리하니 새벽 2시가 넘더라"고 했다.
이후 대회에도 A 씨는 B 아나운서 메이크업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하지만 B 아나운서는 최종 6인 안에 들지 못했다며 "기분이 나아지면 연락하겠다"고 했다.
일주일 후인 9월 13일 A 씨는 B 아나운서에게 한 차례 연락을 했다. 메이크업 비용 결제도 안됐고, 빌려간 의상 4벌의 반납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 씨는 "수차례 연락을 했으나 아무런 답이 없다가 갑자기 결제 금액을 깎아달라고 문자가 왔다. 이때까지도 참고 할인을 해드리기로 하고 총 100만 원만 결제해 달라고 안내했다. 그런데 갑자기 적반하장으로 불쾌하다는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문자에서 B 아나운서는 "생각보다 금액이 너무 커서 부모님께 손 벌리긴 그렇다. 분납으로 3개월 동안 드리는 방법밖에 없다. 원장님 입장 잘 알지만 죄송한 마음에 방송할 때 메이크업 매주 4회씩 받을 테니 그런 건 필요 없단 식으로 말하는 게 너무 불쾌하다. 저를 욕하셔도 돈이 없다. 굉장히 가난하다. 대회 끝나고 배신감 아닌 배신감 느낀 사람들이 많아 요즘 힘이 든다"고 했다.
A 씨는 "현금 결제를 조건으로 대폭 할인까지 했는데 이 아나운서는 한 푼도 지불하지 않은 상태로 서비스를 다 받아놓고 연락하기 전까지 뻔뻔하게 아무 연락도 하지 않았다. 차일피일 결제와 의상 반납을 미뤘다. 한 달 이상 결제를 미룬 것도 모자라 불쾌하다며 적반하장이다"라며 분노했다.
이어 "아무런 상의 하지 않은 상태로 '할인해주면 방송 때 메이크업 주 4회 받으려고 했다'며 아량을 베푸는 듯한 통보를 했다. 저는 이 분에게 주 4회 메이크업해드릴 시간도 없다. 그리고 혼자 3개월 분납을 하겠다는 통보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미스코리아 지역 예선에 나갔던 부산 지역 작은 방송국 아나운서님, 이러는 거 아니다"라며 "한 분야의 전문가에게 서비스를 받았으면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기본이다. 결제가 밀렸으면 사과를 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기본 도의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네티즌들은 "본인도 방송을 하는 프리랜서이면서 다른 사람의 노동력을 이렇게 대응해도 되는가", "문자 내용이 정말 기분 나쁘다. 타당한 결제 요구를 왜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나", "할인한 가격 말고 원래 가격 다 받아야 한다", "이런 일은 무조건 선불로 받고 해야 할 듯" 등의 반응을 보였다.
A 씨는 글을 게재한 후 B 아나운서로부터 위협적인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B 아나운서는 문자를 보내 "찾아가서 돈 줄 테니 글 관련 부분 피해보상받아야겠다", "글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돈 못 드린다"고 했다.
이후 A 씨는 아나운서의 모친으로부터 비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아나운서 분의 어머니가 돈 입금했다면서 자녀의 인생을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원망 섞인 연락을 했다. 제 탓으로 돌리지 말고 본인이 행동한 것에 대한 결과이니 그만 괴롭히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아직까지 B 아나운서에게 대여한 의상은 받지 못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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