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가 재개된 지난 5월 3일부터 10월 현재까지 63조원의 공매도가 쏟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 금지조치가 이뤄지기 전인 2019년 같은기간 대비 30%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외국인 공매도 비중은 77%로 2019년보다 20%포인트 증가했다.
주가가 급락하자 소액 주주들은 ’공매도 완전 철폐’ 운동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이 제도 손질에 약속했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공매도 폐지 운동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조치가 해제된 5월 3일부터 10월 8일까지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거래대금은 47조7054억원을 기록했다. 공매도가 금지되기 전인 2019년 같은기간(37조3885억원) 대비 27.6% 늘어났다.
같은기간 코스닥 공매도 거래대금도 15조1514억원으로 2019년(11조3082억원) 대비 34% 증가했다. 일평균 공매도 코스피와 코스닥의 거래대금도 582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같은기간(4550억원)보다 27.9% 증가했다.
공매도의 대부분의 외국인이 차지했다. 유가증권시장 외국인 공매도 비중은 77.4%을 기록했다. 2019년 57.5%에서 20%포인트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기관 비중(코스피 기준)은 41.7%에서 20.7%로 줄었다. 개인은 1.82%에 불과했다.
지난 5월 공매도가 재개된 직후만 해도 공매도가 증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 주가가 상승세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코스피도 지난 6월 3300선을 넘기며 ‘공매도 무용론’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코스피가 2900선까지 내려앉으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테이퍼링, 환율상승 등 악재에 공매도까지 겹치면서 주가가 생각 이상으로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이 개미들이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공매도를 다시 지목하고 있다.
개미들의 단골 종목은 코로나19 직후 수준으로 돌아갔다. 공매도 잔고가 8602억원으로 1위인 셀트리온은 52주최고가 대비 45% 급락했다. 2위(6209억원)인 HMM은 43% 떨어졌으며, 3위(4812억원)인 LG디스플레이도 36% 하락했다.
개미들은 종목별로 악재가 있다고 해도 이정도 급락한 것은 공매도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HMM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2.3배, 금호석유는 4.05배까지 하락했다. LG디스플레이는 6.14배, 씨젠은 7.87배를 기록하고 있다.
일부 종목 중심으로 전개되던 공매도 폐지 운동은 개인 투자자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코스피가 2900으로 급락한 뒤 올라온 공매도 폐지 청와대 청원은 5일만에 4만3000명을 돌파했다.
강도도 과거와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5개월 전에는 공매도 제도를 개선해달라는 요구가 많았지만, 이제는 제도 자체를 철폐하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금융당국이 개인들의 공매도 기회 확대를 위한 대책을 내놨음에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개인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코스피 3000이 깨진 지난 7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공매도는 주식시장의 폭락을 더더욱 부추기는 역기능을 한다”며 “주식 공매도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공매도 제도 폐지는 반대하면서도 “주식시장에 일정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공매도를 자동으로 금지할 수 있는 ‘차단장치(일종의 서킷 브레이커)’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매도가 외국인의 차익 추구 수단으로만 쓰이는 것인지 면밀하게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시정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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