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금융회사와 민간기업 간 관계를 면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 주석의 지시에 따라 중국 최고 반부패 사정기관인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이달부터 25개 은행 등을 상대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유은행과 펀드, 금융감독 당국자 등이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나 부동산 개발업체 등과 과도하게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WSJ는 시 주석이 집권한 이래 가장 광범위한 조사라고 전했다.
기율위는 350조원의 부채로 부도 위기에 몰려 있는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과 당국의 반대에도 뉴욕증시 상장을 강행한 차량 호출업체 디디추싱, 알리페이 운영사인 앤트그룹이 금융회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은행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유 금융회사인 중신그룹은 중국 정부의 부동산 대출에 대한 거듭된 경고에도 헝다에 수조원 이상을 지원했다. 중신그룹 외에 중국 4대 국유은행인 건설은행과 농업은행,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의 빅테크 기업 투자 과정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WSJ는 이번 조사가 시 주석 장기 집권의 기점이 될 내년 가을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경제체제를 서구식 자본주의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광범위한 시도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거대 민간기업과 국가 권력을 위협하는 다른 권력자들이 금융 부문을 장악하는 것을 막는 것도 목표로 지목된다.
이번 금융회사에 대한 조사는 금융 부문의 수장으로 통하던 왕치산 부주석의 영향력 약화와도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왕 부주석은 시 주석 집권 1기(2012~2017년)에 중앙기율위 서기를 맡아 반부패 사정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당시 중국의 금융 부문은 당국의 조사를 대부분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헝다그룹은 11일 지불해야 했던 달러 표시 채권 3건의 이자 총 1억4800만달러(약 1800억원)를 지급하지 못했다. 헝다는 지난달 23일과 29일에도 달러 채권 이자를 내지 못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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