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국방력 강화 이유로 한국의 미사일 개발과 스텔스기 도입 등을 꼽았다. 이를 ‘불공평을 조장하는 이중적 태도’로 규정하며 자신들의 군사력 강화는 이에 맞서기 위한 자위권 차원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의 억지력 강화를 거꾸로 ‘도발과 위협’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적반하장식 궤변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핵동결 약속을 어기고 몰래 핵개발을 지속해 수십 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남북한, 미·북 정상회담 기간 중에도 핵·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 놓고 ‘자위권’ 운운하니 황당할 따름이다.
김정은은 국방력 강화가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에게 적대적이지 않다는 미국을 믿을 수 없고, 정세 불안도 미국 탓으로 돌리면서 남측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김정은과 김여정이 최근 “남북한 관계 발전 여부는 남측 당국에 달렸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전형적인 한·미 동맹 흔들기 전략이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대북제재 완화를 끌어내라는 요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국은 ‘조건 없이 만나자’며 선(先)제재완화엔 꿈쩍 않고 있다.
우려스런 것은 북한의 이런 상투적인 교란, 양면 전술이 우리 정부에 먹혀들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도발이라고 하지 말라고 하자 정부에선 이 말이 금기어가 돼 버렸다. 외교부·통일부 장관은 앞다퉈 대북제재 완화를 외치고, 미국에까지 북한에 제공할 인센티브 제시를 요구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기쁜 마음으로 (남북한이) 손을 잡고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으로 가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대놓고 정상회담 이벤트를 거론했다. 제재 완화 목적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자위권을 빌미로 한 북한의 국방력 강화 목적은 김일성의 유훈인 핵보유국이 되는 것이다. 정상회담을 해도 핵을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이미 증명됐다. 그런 마당에 정권 말 ‘TV용 이벤트’로 한·미 동맹에까지 금이 가게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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