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연가’와 ‘대장금’은 2000년대를 상징하는 한류 드라마였다. 2010년대 들어선 ‘상속자들’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들 한류 드라마가 활약한 무대는 아시아에 국한돼 있었다. 미국과 유럽 등 비(非)아시아 문화권에서 K콘텐츠가 흥행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2020년대 들어 K콘텐츠의 무대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장됐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이달 11일 기준으로 18일째 세계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상 최초로 넷플릭스가 진출한 83개국에서 모두 1위에 오르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의 흥행은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콘텐츠 관련주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드라마·영화제작사뿐만 아니라 웹툰업체, 방송사까지 콘텐츠 업종 전반에서 순환매가 도는 모습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국내 콘텐츠 시장의 장기 성장성에 주목하며 관련주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오징어 게임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콘텐츠주 주가도 일제히 급등했다. 국내 최대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는 지난달 17일 이후 11.88% 상승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CJ ENM은 같은 기간 13.16% 올랐다. 에이스토리(32.45%), 키이스트(24.05%), 스튜디오산타클로스(46.37%) 등 중소형 제작사도 강세를 보였다. 키다리스튜디오(3.09%), 대원미디어(32.15%) 등 웹툰업체도 상승세에 올라탔다.
K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콘텐츠 업종 전반에 걸쳐 순환매가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오징어 게임이 쏘아올린 공 덕에 한국 콘텐츠주의 밸류에이션이 상승하는 구간에 접어들었다”며 “한국 콘텐츠에 대한 인지도, 제작 역량, 가격 경쟁력 등을 더 높게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웹툰 원작의 드라마·영화 제작이 늘어나면서 웹툰업체의 실적 개선세도 탄력을 얻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한경 교보증권 연구원은 “OTT 플랫폼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서면서 웹툰을 원작으로 한 콘텐츠 제작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웹툰 지식재산권(IP)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하반기에도 기대작이 대거 선보이면서 콘텐츠주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가 제작하는 ‘마이네임’은 15일 넷플릭스 개봉을 앞두고 있다. 또 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지옥’은 다음달 19일 개봉할 예정이다. 네이버웹툰이 원작인 드라마로 제이콘텐트리의 손자회사인 클라이맥스스튜디오가 제작을 맡았다.
드라마 제작사와 웹툰업체에 집중 투자하는 ‘KODEX Fn웹툰&드라마’ ETF는 9월 17일 이후 9.98% 상승했다. 이 ETF는 지난 8일 기준 △네이버(ETF 내 비중 14.37%) △CJ ENM(14.12%) △스튜디오드래곤(13.14%) △카카오(12.17%) △제이콘텐트리(7.28%) 순으로 종목을 담고 있다.
콘텐츠 제작사와 엔터테인먼트주에 함께 투자하는 ETF도 강세다. ‘TIGER 미디어컨텐츠’ ETF는 같은 기간 10.18% 상승했고, ‘HANARO Fn K-POP&미디어’도 8.39% 올랐다. TIGER 미디어컨텐츠 ETF는 △에스엠(11.78%) △JYP Ent.(9.92%) △YG엔터테인먼트(9.69%) △스튜디오드래곤(8.96%) △CJ ENM(8.73%) 순으로 투자하고 있다. HANARO Fn K-POP&미디어 ETF는 △하이브(26.84%) △CJ ENM(13.57%) △JYP Ent.(9.9%) △스튜디오드래곤(8.87%) △YG엔터테인먼트(7.58%) 순으로 보유하고 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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