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개인의 삶 모두 열심히 살고 싶은데, 이 밸런스가 무너질까 봐 도전을 핑계 삼아 다양한 활동을 시도했다. 가령 첼로를 배우다가 그만둔 것, 일본어, 중국어 학원에 등록하고 한 달을 넘기지 못한 것, 크로스핏과 수영을 배워보겠다고 했지만 결국 중도이탈하게 된 것, 회사 생활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일종의 몸부림이었다. 하지만 이 중에서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는 여가활동은 단 하나도 없다니! 사실 이에 대한 답을 나는 너무 잘 안다. 시간을 현명하게 쓰지 못했고, 체력은 부족했으니까. 무엇보다도 개인의 삶에서도 이런 여가 생활이 전혀 재미있지 않았고, 직장 생활에서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 가장 컸다.
‘굳이 일과 삶을 나눠야 할까?’라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하기 시작했고, 회사 생활에서부터 엄청난 성취감과 희열을 느끼는 나의 성향을 그냥 인정하기로 했다. 그냥 이 둘을 분리하지 말고, 일과 삶의 연결고리를 만들자는 결심이 생겼다. 어차피 나누지 못할 거면, 일에서의 몰입이 개인의 삶의 행복으로 이어지게끔 잘 설계하고 싶었다. 그래서 푹 빠지게 된 취미가 요가와 독서. 요가는 체력증진과 정신수양을 위해 시작했고, 독서는 워낙 좋아하긴 했지만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간접 경험을 하고 싶어서 더 좋아하게 되었다. 이 두 여가생활이 평일 저녁, 주말 시간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줬다.
여가 생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솔직히 퇴근 후에도 회사 일을 머릿속에서 떨쳐낼 수 없고, 요즘에도 자기 전까지도 미처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뇌리에 남곤 한다. 과연 이 고리들을 내가 억지로 끊는다고 해서 끊어낼 수 있을까. 반대로 이렇게 걱정만 한들 바로 해결할 수 있을까. 직장에서의 일이 어차피 문제의 연속이고, 개인의 삶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면, 사실 가장 쉬운 방법은 내 머릿속에 떠다니는 문제를 그냥 바로 보는 것이다. 바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인지, 없는 일인지 분별하는 작업 말이다.
퇴근 후에 떠오르는 고민은 대부분 내가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일뿐이다. 바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과도한 에너지를 쏟는 것, 그게 ‘번아웃’ 이라고 생각한다. ‘워라밸’을 위해 뭐라도 더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던 게 아니었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써야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노력해보려고 한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고,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해서는 지레 걱정하지 않고,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충실하고, 집중하는 연습. 계속 연습하다 보면 직장에서의 삶과 개인의 삶 모두 주체적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심민경 씨는 어쩌다 첫 직장으로 스타트업을 선택하게 되어 스타트업 문화에 빠진 5년차 직장인. 현재 라이브커머스 회사 그립컴퍼니에서 사업개발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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