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박찬욱 "파라솔·암벽·비옷…사물에도 표정이 있더군요"

입력 2021-10-13 18:18   수정 2021-11-12 00:02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등의 박찬욱 감독이 사진집 《너의 표정》(을유문화사)을 출간했다. 영화 ‘아가씨’의 촬영 현장을 담아 2016년 펴낸 《아가씨 가까이》(그책) 이후 두 번째 사진집이다.

이번엔 지난 10여 년 동안 찍은 풍경과 정물 등 약 100점을 담았다. 모로코의 한 호텔에서 유령처럼 접혀 있는 파라솔들, 마당 옷걸이에 걸린 비옷, 사람 얼굴 같은 변산반도의 암벽, 수백 마리의 방울뱀이 똬리를 튼 듯한 밧줄 더미 등이다. 박 감독은 “사물에도 표정이 있다”고 말한다. 그의 사진 속에서 널브러진 방수포는 유럽의 인물 조각상을 닮았고, 몸을 굽힌 고양이는 추상적인 형태를 지닌 덩어리로 보인다.

박 감독의 영화는 화려한 미장센으로 유명하지만, 사진은 차분하고 정적이다.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고 자연광만으로 찍은 사진들로, 감상자가 강렬한 인상을 받도록 인위적인 연출을 하지 않는다. 그저 사진을 고요히 바라보면서 사물이 짓는 찰나의 표정을 알아차리게 한다. “사진 작업은 지독히도 치밀한 영화 작업에 대한 해독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표현할 만큼 그의 사진에서는 우연과 즉흥성이 큰 몫을 한다. 그는 오는 12월 19일까지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사진전을 연다. 사진집 수록작 중 30여 점을 골랐다. 그의 첫 갤러리 개인전이다.

박 감독은 오랫동안 사진을 찍어 왔다.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의 모습을 찍어 동명의 책에 실었고, 2014년에는 사진작가 김중만과 함께 자선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2017년부터는 서울 용산 CGV 아트하우스의 박찬욱관에서 상설 사진전 ‘범신론’을 열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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