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긴축의 공포…달러가치 1년 만에 최고

입력 2021-10-13 17:05   수정 2021-10-14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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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채권을 사들여 유동성을 공급해온 미국 중앙은행(Fed)이 돈줄을 죄기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슈퍼 달러’ 시대에 진입하면서 한국 기업의 원자재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는 장중 한때 94.563까지 급등했다. 지난해 9월 말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달러인덱스는 유로화,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다. 올 들어 달러 가치는 4.97% 상승했다. 달러인덱스는 13일 0시 기준 94.36선으로 후퇴했지만 당분간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예상 시점이 다음달로 다가오면서 최근 달러 가치는 상승하고 있다.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12일 장중 연 0.36%까지 올랐다. 지난해 3월 이후 19개월 만의 최고치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달러화가 고공행진하면서 주요국 통화 가치는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13.52엔으로 급등했다. 엔·달러 환율이 113엔을 넘어선 것은 2018년 12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최근 3주간 4% 가까이 하락했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도 지난해 7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2일 한때 ‘경제위기 기준선’으로 여겨지는 1200원을 넘겼지만 13일 1193원대로 하락했다.
美 고용 둔화에도…"내달 테이퍼링 문제없다"
9월 소비자물가도 5.4% 상승…Fed 위원들 잇따라 긴축 시사
미국 중앙은행(Fed) 위원들이 12일(현지시간) 돈줄을 죌 시기가 임박했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렸다. 리처드 클라리다 Fed 부의장은 이날 국제금융협회(IIF) 연례총회에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들어가기 위한 지표가 거의 충족됐다고 밝혔다.

앞서 Fed는 미국의 연평균 물가상승률이 2%를 넘어서고 고용이 최대 수준으로 늘면 유동성 공급을 줄여나가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매달 1200억달러어치 채권을 사들여 돈을 풀고 있었는데 이를 차츰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물가는 이미 목표치를 넘었다. 고용 지표가 남았지만 이를 두고선 평가가 엇갈렸다. 지난달 기준 미국의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19만4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의 예상(50만 명)을 크게 밑돌았다. 국제 유가가 80달러 선을 넘어서는 등 에너지값이 치솟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공포까지 번졌다. Fed가 당분간 돈을 계속 풀 것이란 전망이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클라리다 부의장은 “고용 목표가 거의 충족됐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테이퍼링이 내년 중반께 끝날 것”이라고 밝혀 다음달 Fed가 테이퍼링에 나설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 금융시장은 1년간 충분히 보호받았다”며 “11월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테이퍼링 계획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결권을 갖고 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미국은 강력한 경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내년 봄이나 여름에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Fed의 테이퍼링 착수 가능성에 무게를 더했다. 13일 미 노동부에 따르면 9월 CPI는 작년 동기 대비 5.4% 상승하며 시장 전망치(5.3%)를 소폭 웃돌았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의 CPI는 5개월 연속 5%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기타 고피나트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어진다면 Fed를 포함한 중앙은행들은 통화 긴축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과 일본 정부는 미국보다 늦게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유로화와 엔화가 달러화에 비해 약세를 보이는 이유다. 제인 폴리 라보은행 애널리스트는 “미 채권 수익률이 높아지고 신흥시장 투자 수요가 줄면서 달러는 더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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