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보건학계에선 전자담배가 비흡연자를 흡연자로 이끄는 ‘게이트웨이(Gateway)’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져왔다. 하지만 정작 이를 다룬 국내 연구는 없었다.
박영범 한성대 글로벌 경제연구원 교수(사진)과 홍우형 교수팀은 최근 ‘전자담배의 관문효과 및 시사점에 관한 연구’에서 수학적 모델을 활용해 비흡연자들이 전자담배를 통해 일반담배를 접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박 교수팀은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의 대체재이기 때문에 흡연의 총량을 증가시키는 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흡연의 사회적 외부 비용과 위해성을 감안하면 일반담배에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게 금연정책에 더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만약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전자담배의 게이트웨이 효과가 있다면 전자담배는 일반담배의 보완재 성격의 제품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 경우 흡연자가 일반담배와 함께 궐련형 전자담배를 보완해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주장에 힘이 실리려면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 이후 궐련형 전자담배와 일반담배 판매량이 동시에 증가해 흡연의 양적 확대에 영향을 주었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 이후 궐련형 전자담배의 판매량은 증가한 반면, 일반담배의 판매량은 감소하는 추세였다. 두 제품이 서로 대체하는 성질을 가졌다고 유추하여 볼 수 있다. 단, 담배 소비에 영향을 주는 다른 변수를 통제한 이후 대체재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연구팀은 닐슨코리아의 담배시장 산업자료를 사용해 담배 수요함수를 추정했는데, 일반 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가 대체재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규명했다.”
담뱃세의 이론적 정당성은 ‘교정세(corrective tax)’에서 찾을 수 있다. 과세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담배제품별로 발생하는 외부비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구진이 작년 발간한 ‘흡연의 외부비용 추정과 합리적 담배과세방안에 관한 연구’는 담배의 외부비용을 의료 및 노동손실비용, 화재비용, 불쾌감 비용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비용을 산출했다. 그 결과, 사회에 외부비용을 가장 많이 발생한 담배는 일반담배였다. 비교대상인 궐련형 전자담배보다 월등히 높았다. 따라서 사회에 외부비용을 더 많이 발생시키는 일반담배에 대한 세율을 높이고, 외부비용이 낮은 전자담배의 세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
영국은 전자담배, 미국은 궐련형 전자담배 등 일부 전자담배의 위해성이 일반담배에 비해 적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일반담배 대비 전자담배 제세부담금 비율은 90.4%로 일본, 러시아, 그리스 등 국가 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에도 위해성에 비례한 과세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먼저 담배제품에 대한 개별 성분 검사, 성분 공개 등 과학적으로 담배제품별 위해성을 파악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제품별 차등세율에 대한 정당성이 확보돼야 한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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