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권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본인을 향한 당내 경선 주자들의 네거티브 공세에 "이런 정신머리를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게 맞다"고 말하는 등 불쾌감을 드러내자 홍 의원 측이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홍 의원 대선 캠프 여명 대변인은 14일 '윤석열 후보의 오만방자함을 강력 규탄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윤석열 예비후보는 어제 국민의힘 제주도 방송토론을 앞두고 당내 경선 주자들을 향해 '그분들이 제대로 못 해 정권 빼앗기고 지방선거·총선 져', '내 개인은 얼마든지 싸워 이길 수 있지만 당이 참 한심', '이런 정신머리부터 고치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게 낫다' 등 작심 망언을 늘어놨다"고 운을 뗐다.
여 대변인은 "'어디서 정권 빼앗긴 분들' 운운인가. 윤 후보가 박영수 특검의 부하로서 그리고 문재인 정권의 비호 아래서 휘두른 적폐 몰이 칼춤으로 우리 당은 궤멸 직전까지 갔었다"며 "가해자인 윤 후보는 모르겠지만 당시 수십만 당원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자연재해와도 같던 그 광경을 가슴 치며 지켜봤다"고 했다.
이어 "윤 후보는 강력한 대권 주자로 거론되던 여름, '제3지대를 개척하겠다', '중도 확장성을 확보하겠다'며 우리 당 입당 시기를 재고 또 쟀다"며 "당은 그런 윤 후보를 배려해 윤 후보와 함께 입당하는 당원들은 경선 시 투표권을 주겠다며 특혜를 논의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런데 불과 석 달 만에 본인의 확장성 결여와 도덕·정책 역량 부족으로 선두 자리를 빼앗기고서는 캠프에서 '역선택', '위장당원'설을 주장했다"며 "그러더니 이제는 꼭 필요한 경선 검증 과정을 두고 '난 잘할 수 있는데 한심하게 민주당 프레임으로 나를 공격한다' 며 당 탓이다. 왜, 그냥 대통령 후보 자리를 내놓으라 하지 그러나"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어제 방송토론회에서 윤 후보는 가져온 A4용지를 뒤적이면서도 질문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방송사고급 오디오 공백을 여러 차례 초래했다"며 "왜 그런가 했더니 자신의 지지자들 앞에서 당을 지켜온 선배를 향해 주워 담지 못할 실언들을 내뱉고 오는 길이라 그랬던 것인가. 어제 방송토론회에서의 윤 후보의 모습을 두고 네티즌들이 즐겨 사용하는 표현이 '방구석 여포'다"라고 일갈했다.
또 "윤 후보는 당내 경선 과정을 '억울한 네거티브'라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정도로 맞서라"며 "고발사주 의혹, 부인 주가조작 의혹, 장모 비리, 박영수 특검 대장동 게이트 연루 사전 인지설, '화천대유' 김만배 누나와 윤 후보 부친의 부동산 거래 등 여러 의혹을 뭉개고 있으면서 '이재명 특검' 주장하는 모습부터가 윤 후보 표현처럼 소가 웃을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윤 전 총장 측은 홍 의원 측을 비롯한 경선 주자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정권교체를 간절히 원하는 국민과 당원들께서 현명하게 판단하실 것이라는 게 캠프의 생각"이라면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전날 국민의힘 제주도당에서 개최한 캠프 제주선대위 임명식에서 당내 경선 주자들의 네거티브 공세와 관련해 "정권을 가져 오느냐 못 가져 오느냐는 둘째 문제"라며 "정말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게 맞다"고 말한 바 있다.
또 경선 주자들을 겨냥해선 "그분들이 제대로 했으면 이 정권이 넘어갔겠나. 제대로 했으면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박살이 났겠나"라면서 "제 개인은 얼마든지 싸움에 나가 이겨낼 자신이 있지만 당이 참 한심하다"고 지적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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