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언제부터 술을 빚었을까. 기록에 따르면 농경생활 이후, 신석기시대부터 술을 빚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최근 이스라엘에서 발견된 양조 유적은 이 같은 상식을 깼다. 기원전 1만3000년 전 구석기시대 유물이었기 때문이다. 농경생활 이전에도 술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술은 언제부터 상업적으로 발전했을까.
술을 판매한 최초의 기록은 기원전 18세기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에서 찾을 수 있다. 외상값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있었다. 60실라(1실라는 0.5L)의 맥주를 외상으로 주면 추수 때 곡식 50실라를 받으라는 내용 등이다. 술양을 속이면 물속에 던져졌다. 이집트에서는 더 많은 맥주 기록이 발견된다. 빵집은 맥주집이기도 했다. 맥주를 빵으로 제조했기 때문이다. 피라미드를 만든 노동자의 월급에 맥주도 포함돼 있었다. 과음에 대해서는 엄격했다. 주정뱅이의 손을 불에 데게 하는 무서운 처벌도 있었다.
현대 심포지엄은 고대 그리스의 술자리에서 유래했다. 심포지엄이란 단어 자체가 ‘함께(sym) 마시다(posis)’란 의미다. 로마엔 숙박시설이 있는 주막과 비슷한 ‘타베르나(taverna)’란 술집이 있었다. 타베르나는 영국으로 건너가 터번(tavern·여관)으로 바뀌었다.
로마제국은 프랑스에 와인 문화를 심었다. 갈리아 지방을 점령한 카이사르는 로마 군인들에게 포도나무를 심게 했다. 로마가 멸망한 뒤 수도원은 포도밭과 와인 제조를 맡아 호황을 이뤘다. 하지만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을 계기로 상황이 바뀌었다. 성직자의 기득권을 빼앗기 위해 모든 수도원의 영지를 몰수했기 때문이다.
이후 현대와 비슷한 술집이 등장했다. ‘카페’와 ‘카바레’가 대표적이다. 카페 문화는 17세기 아랍에서 베네치아, 오스트리아를 거쳐 프랑스로 전해졌다. 카페에선 커피뿐만 아니라 증류주에 허브를 넣은 리큐르, 와인 등도 판매했다. 음악과 술, 공연, 사교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카바레 문화는 19세기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펍 문화는 흑사병이 지나간 뒤 생겨났다. 살아남은 농민과 노동자의 수입은 크게 올랐다. 일손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펍은 마을의 공적인 공간을 의미하는 ‘퍼블릭 하우스(public house)’의 준말. 이곳에서 수입이 높아진 노동자와 농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주류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노동자들의 주말 휴식처가 됐다. 주말에 과음한 영국 노동자들은 ‘성스러운 월요일(saint monday)’에 쉬곤 했다. 영국의 월요병이었다.
인류의 역사는 술자리와 함께 발전했다. 그리스의 심포지엄, 펍, 카페 등은 시민혁명과 민주화를 앞당겼다. 대화의 힘이다.
명욱 <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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