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주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인정받는 회사가 있다. 양극재 생산업체인 엘앤에프다. 이 회사의 주가수준은 한국 내 2차전지 소재주는 물론이고 중국, 유럽 주요 업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밸류에이션 부담보다 이 회사의 빠른 성장성과 차별화된 기술력에 주목하고 있다.
14일 엘앤에프는 20만9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7조2339억원이다.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16.87% 올랐다. 하반기 상승률은 128.13%에 달한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2만원 초반대였던 주가는 16개월여 만에 10배로 급등했다. 2차전지 업종 내에서도 그야말로 ‘저세상 주식’이었다. 같은 기간 10%도 안 되던 외국인 보유율은 20%대로 올라섰다. 2차전지 소재주 가운데 외국인 보유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양극재 경쟁사인 에코프로비엠(16%)과 포스코케미칼(8%)보다 높다.
급격한 주가 상승 재료는 증설과 공급 계약 공시 기대였다. 올해 4월에는 SK이노베이션과 1조200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성사시켰다. 지난 9월 경쟁사인 에코프로비엠이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10조원 규모의 장기 수주에 성공하자 양극재 시장 전체에 대한 기대가 커지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경쟁사인 엘앤에프도 추가 수주나 증설 등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전날엔 IMM프라이빗에쿼티 자회사인 IMM크레딧솔루션이 5000억원 규모로 조성한 블라인드 펀드가 첫 투자처로 엘앤에프를 낙점했다는 소식까지 나오면서 시장의 기대는 더욱 높아졌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기술 자체에 있다. 엘앤에프는 전 세계에서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를 유일하게 양산 중이다. NCMA 양극재는 4개 원재료(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가 들어가는 4원계 양극재다. 경쟁사들은 NCA나 NCM처럼 3개 원재료를 활용하는 3원계 양극재를 생산한다. NCMA 양극재는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어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 등이 지난해까지 치열하게 벌였던 경쟁 분야였다. 이 분야에서 엘앤에프가 승기를 잡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4원계 양극재는 에너지 밀도를 높이지만 안정성을 잡고 생산 수율을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었다. 엘앤에프는 이 분야에서 오랜 연구 노하우를 바탕으로 빠른 성공을 거뒀다. NCMA 양극재의 또 다른 장점은 가격이다. 가격이 비싼 니켈이나 코발트 비중을 상대적으로 낮출 수 있다. 원자재 가격 변동성에 덜 노출된다.
NCMA 양극재를 채택하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수요가 공급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4만t이 조금 넘는 생산량은 내년엔 8만t 이상, 2023년에는 12만t 이상으로 가파르게 늘어난다. 90배의 높은 PER도 이때의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을 중심으로 내년부터 NCMA 탑재량이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기대가 주가에 빠르게 반영되면서 증권사들도 뒤늦게 목표주가 뒤쫓기에 나섰다. 평균 목표주가는 20만원. 1년 전 5만원보다 네 배나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현 주가보다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양극재 소재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벨기에의 유미코어나 에코프로비엠은 망간 비중이 높은 하이(또는 리치)망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양극재 밀도는 높이고, 가격은 낮추기 위해서다. 다른 2차전지 소재업체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서라도 배터리 재활용(리사이클링) 사업에 적극적인 것과 달리 엘앤에프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1년 반 만에 주가 10배
14일 엘앤에프는 20만9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7조2339억원이다.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16.87% 올랐다. 하반기 상승률은 128.13%에 달한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2만원 초반대였던 주가는 16개월여 만에 10배로 급등했다. 2차전지 업종 내에서도 그야말로 ‘저세상 주식’이었다. 같은 기간 10%도 안 되던 외국인 보유율은 20%대로 올라섰다. 2차전지 소재주 가운데 외국인 보유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양극재 경쟁사인 에코프로비엠(16%)과 포스코케미칼(8%)보다 높다.
급격한 주가 상승 재료는 증설과 공급 계약 공시 기대였다. 올해 4월에는 SK이노베이션과 1조200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성사시켰다. 지난 9월 경쟁사인 에코프로비엠이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10조원 규모의 장기 수주에 성공하자 양극재 시장 전체에 대한 기대가 커지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경쟁사인 엘앤에프도 추가 수주나 증설 등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전날엔 IMM프라이빗에쿼티 자회사인 IMM크레딧솔루션이 5000억원 규모로 조성한 블라인드 펀드가 첫 투자처로 엘앤에프를 낙점했다는 소식까지 나오면서 시장의 기대는 더욱 높아졌다.
NCMA 양극재로 차별화
하지만 호재 기대가 높더라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90배가 넘는 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경쟁사 에코프로비엠(68배)보다도 한참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다를까. 증권업계에서는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우선 테슬라 효과다. 엘앤에프가 만드는 양극재는 LG에너지솔루션을 거쳐 테슬라로 공급되고 있다.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의 밸류체인으로서 높은 주가 수준을 인정받는 셈이다.그보다 더 큰 이유는 기술 자체에 있다. 엘앤에프는 전 세계에서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를 유일하게 양산 중이다. NCMA 양극재는 4개 원재료(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가 들어가는 4원계 양극재다. 경쟁사들은 NCA나 NCM처럼 3개 원재료를 활용하는 3원계 양극재를 생산한다. NCMA 양극재는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어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 등이 지난해까지 치열하게 벌였던 경쟁 분야였다. 이 분야에서 엘앤에프가 승기를 잡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4원계 양극재는 에너지 밀도를 높이지만 안정성을 잡고 생산 수율을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었다. 엘앤에프는 이 분야에서 오랜 연구 노하우를 바탕으로 빠른 성공을 거뒀다. NCMA 양극재의 또 다른 장점은 가격이다. 가격이 비싼 니켈이나 코발트 비중을 상대적으로 낮출 수 있다. 원자재 가격 변동성에 덜 노출된다.
NCMA 양극재를 채택하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수요가 공급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4만t이 조금 넘는 생산량은 내년엔 8만t 이상, 2023년에는 12만t 이상으로 가파르게 늘어난다. 90배의 높은 PER도 이때의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을 중심으로 내년부터 NCMA 탑재량이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기대가 주가에 빠르게 반영되면서 증권사들도 뒤늦게 목표주가 뒤쫓기에 나섰다. 평균 목표주가는 20만원. 1년 전 5만원보다 네 배나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현 주가보다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양극재 소재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벨기에의 유미코어나 에코프로비엠은 망간 비중이 높은 하이(또는 리치)망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양극재 밀도는 높이고, 가격은 낮추기 위해서다. 다른 2차전지 소재업체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서라도 배터리 재활용(리사이클링) 사업에 적극적인 것과 달리 엘앤에프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