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전문 기업 하림이 봉지당 2200원짜리 고가 제품을 들고 라면시장에 뛰어들었다. 농심과 오뚜기의 프리미엄 제품보다 30% 비싼 가격이다. 농심과 오뚜기가 각축을 벌이는 라면시장은 식품 분야에서도 가장 경쟁이 치열한 영역으로 꼽힌다. 후발 주자 하림의 ‘도발’이 국내 라면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림은 1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The 미식 장인라면’을 선보였다. 장인라면은 닭고기 육수를 기반으로 한 국물라면이다. 스프도 일반 분말이 아니라 농축 액상 형태로 만들었다. 분말 형태로 스프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림은 모델로 최근 ‘오징어게임’으로 큰 인기를 끈 배우 이정재 씨를 발탁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하림그룹의 철학을 담아 5년 전부터 개발을 시작해 내놓은 제품”이라며 “신선한 식재료로 최고의 맛을 낸 라면”이라고 강조했다. 하림은 내년 라면 매출 목표를 700억원으로 잡았다.
다만 업계에선 하림이 라면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라면시장은 농심(52.6%)과 오뚜기(26.1%)가 시장의 8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과점 시장으로 후발 주자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먹는 제품만 먹는’ 라면시장 특수성도 새 제품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 액상 스프와 건면 등 하림이 내건 장인라면의 차별성도 이미 농심과 풀무원 등이 시도한 전략이라는 지적이다.
높은 가격도 부담이다. 하림은 장인라면 한 봉지 가격을 편의점 기준 2200원으로 설정했다.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인 신라면(900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가격이다. 기존 프리미엄 제품인 신라면 블랙(1700원)과 오뚜기 진짬뽕(1700원)보다도 비싸다. 농심은 2011년 신라면 블랙을 처음 선보이면서 가격을 1600원에 책정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서민 식품’으로 꼽히는 라면은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 고가 마케팅이 되레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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