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그분은 없다"…'정영학 녹취록' 공방

입력 2021-10-14 17:00   수정 2021-10-15 02:16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이자 천화동인 1호 소유주인 김 전 부국장은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 뇌물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과 김 전 부국장 측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 능력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분’은 없다…내가 소유주”

김 전 부국장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혐의 인정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 부인한다”며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 속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천화동인 1호 일부는 ‘그분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선 “‘그분’은 전혀 없고, 사실 그런 말을 한 기억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동안 김 전 부국장의 ‘그분’ 발언을 두고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가 김 전 부국장이 아니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또는 그 윗선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김 전 부국장은 “천화동인 1호는 내가 주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의 친분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이 지사와는 특별한 관계가 없고, 인터뷰차 한 번 만나봤다”고 주장했다.

김 전 부국장은 유 전 본부장과 공모해 화천대유 등 민간 사업자에게 거액이 돌아가도록 사업을 설계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최소 1163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 전 부국장이 그 대가로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올초 5억원을 실제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김 전 부국장이 소유한 화천대유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무소속 의원(전 국민의힘)의 아들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지급한 것이 뇌물에 해당한다고 보고 구속영장에 포함시켰다. 김 전 부국장이 화천대유에서 빌린 473억원 중 용처가 불분명한 55억원은 김 전 부국장이 횡령한 것으로 판단했다.
녹취록 신빙성 공방 이어져
그동안 김 전 부국장 측은 “(검찰이) 조사에서 피의자와 변호인의 강한 이의 제기에도 불구하고 주된 증거라는 녹취록을 제시하거나 녹음을 들려주지 않고 조사했다”며 “법률상 보장된 피의자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반발해왔다. “(검찰의 영장 청구는) 정 회계사가 이유를 알 수 없는 동기로 왜곡하고 유도해 녹음한 녹취록에 근거했다”는 것이다.

김 전 부국장 측은 영장실질심사에서도 녹취록의 증거 능력을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심사에서 김 전 부국장의 구속 근거를 대기 위해 정 회계사의 녹취록 파일을 재생하려 했지만 변호인 측이 “증거 능력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장은 파일 재생을 제지하는 한편 녹취록을 변호인 측에 제시하도록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최근 대법원에 김 전 부국장의 출입 기록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도 유 전 본부장이 창문 밖으로 던진 휴대폰 복구 작업에 들어갔다.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으로부터 의뢰받은 국가수사본부 디지털포렌식센터는 지난 13일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이 참관한 가운데 아이폰 포렌식에 착수했다.

최한종/양길성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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