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14일 발표한 대선 4자 대결 여론조사(11~12일 조사·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 ±2.2%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결과 이 전 대표 지지층이 이 후보 대신 야권 후보로 옮겨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민주당 경선에서 이 전 대표를 지지했다고 답한 응답자 중 40.3%가 대선에서 윤 전 총장에게 투표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자는 14.2%에 그쳤다.
윤 전 총장을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으로 바꿔도 결과는 비슷했다. 이 전 대표 지지층의 29.9%가 홍 의원을 찍겠다고 했고, 13.3%만이 이 후보를 택했다. 누가 야권 후보로 결정되든 이 전 대표 지지층의 이 후보 지지 의사는 13~14%대에 불과하단 얘기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14% 수준 이탈도 심각하게 볼 상황에서 14% 수준 흡수는 민주당과 이 후보로서는 빨간불”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4자 대결 결과 이 후보 지지율은 34.0%, 윤 전 총장은 33.7%로, 0.3%포인트 차이의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같은 날 발표된 NBS 여론조사에서는 이 후보 지지율이 전주보다 3%포인트 하락하는 등 경선 후 컨벤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모양새다.
이낙연 캠프 전략실장을 맡았던 김광진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송영길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당 대표가 패배한 후보 지지자를 ‘일베 같다’고 말하는 게 원팀에 무슨 도움이 되냐”며 “당선되신 분(이 후보)과 당이 갈등 봉합을 더 적극적으로 해 주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가 전날 이 전 대표 지지자를 일컬어 “일베와 다를 바 없다”고 강하게 비판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이후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엔 송 대표 발언에 대한 항의글이 쏟아졌고 송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송 대표의 ‘일베’ 언급은 이낙연 지지자 전부를 말하는 게 아니라 문자로 욕설폭탄을 보내는 등의 일부 강성 지지자를 지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당무위원회에서의 ‘박수표결’ 등을 문제삼으며 경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이 전 대표 지지층이 아직 많아 원팀까지 갈 길이 멀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경선 결과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소송인단은 4만6000여 명 규모로, 민주당 경선 투표권을 갖는 당원과 일반 시민으로 구성됐다. ‘원팀을 위해 가처분 신청을 자제시켜야 한다’는 이 후보 측 인사의 주장이 나오자 이낙연 캠프에서 일했던 정운현 공보단장은 “가처분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권리”라며 “주제 넘고 무례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가 이 후보를 전향적으로 돕겠다고 나서기 전까진 여권의 내부 갈등이 완벽하게 봉합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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