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지지자 40% "대선서 尹 찍겠다"…與 '원팀' 빨간불

입력 2021-10-14 17:00   수정 2021-10-15 01:03

더불어민주당 경선 갈등의 후폭풍이 이어지면서 여당 지지층까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 10명 중 4명은 내년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아니라 야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경선에서 40%에 가까운 지지를 받은 이 전 대표 표가 야권으로 이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여당 내에서 커지고 있다.
이재명 찍겠다는 이낙연 지지층 14%뿐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14일 발표한 대선 4자 대결 여론조사(11~12일 조사·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 ±2.2%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결과 이 전 대표 지지층이 이 후보 대신 야권 후보로 옮겨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민주당 경선에서 이 전 대표를 지지했다고 답한 응답자 중 40.3%가 대선에서 윤 전 총장에게 투표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자는 14.2%에 그쳤다.

윤 전 총장을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으로 바꿔도 결과는 비슷했다. 이 전 대표 지지층의 29.9%가 홍 의원을 찍겠다고 했고, 13.3%만이 이 후보를 택했다. 누가 야권 후보로 결정되든 이 전 대표 지지층의 이 후보 지지 의사는 13~14%대에 불과하단 얘기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14% 수준 이탈도 심각하게 볼 상황에서 14% 수준 흡수는 민주당과 이 후보로서는 빨간불”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4자 대결 결과 이 후보 지지율은 34.0%, 윤 전 총장은 33.7%로, 0.3%포인트 차이의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같은 날 발표된 NBS 여론조사에서는 이 후보 지지율이 전주보다 3%포인트 하락하는 등 경선 후 컨벤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모양새다.
與 지지층 균열 조짐
민주당 경선 도중 캠프 간 갈등이 워낙 깊었던 데다 ‘무효표 논란’까지 벌어지면서 이낙연 지지층에서 이 후보와 당에 대한 반감이 커진 영향이다. 당 지도부는 경선 직후 ‘민주당 후보는 이재명’이라며 여러 차례나 쐐기를 박으며 결선투표를 요구하는 이 전 대표 측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이심송심’ 논란 등 지도부가 그동안 이 후보 편을 들어온 것으로 판단해온 이낙연 지지층의 불만은 폭발했다.

이낙연 캠프 전략실장을 맡았던 김광진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송영길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당 대표가 패배한 후보 지지자를 ‘일베 같다’고 말하는 게 원팀에 무슨 도움이 되냐”며 “당선되신 분(이 후보)과 당이 갈등 봉합을 더 적극적으로 해 주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가 전날 이 전 대표 지지자를 일컬어 “일베와 다를 바 없다”고 강하게 비판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이후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엔 송 대표 발언에 대한 항의글이 쏟아졌고 송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송 대표의 ‘일베’ 언급은 이낙연 지지자 전부를 말하는 게 아니라 문자로 욕설폭탄을 보내는 등의 일부 강성 지지자를 지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원팀’ 위한 해결책 찾아야
지지층 이탈이 현실화되기 전에 ‘원팀’을 위한 방안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루빨리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이낙연 캠프 인사들을 요직에 배치하는 등의 작업이 필요하단 얘기다. 이재명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우원식 의원은 “모두가 대선 승리를 위해 흔쾌히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설훈 의원도 선대위에 들어와서 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설 의원은 이재명 후보의 구속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최전선에서 이 후보를 공격해왔다.

다만 당무위원회에서의 ‘박수표결’ 등을 문제삼으며 경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이 전 대표 지지층이 아직 많아 원팀까지 갈 길이 멀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경선 결과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소송인단은 4만6000여 명 규모로, 민주당 경선 투표권을 갖는 당원과 일반 시민으로 구성됐다. ‘원팀을 위해 가처분 신청을 자제시켜야 한다’는 이 후보 측 인사의 주장이 나오자 이낙연 캠프에서 일했던 정운현 공보단장은 “가처분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권리”라며 “주제 넘고 무례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가 이 후보를 전향적으로 돕겠다고 나서기 전까진 여권의 내부 갈등이 완벽하게 봉합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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