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러1은 삼성전자와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대기업이 해당 국가에 생산·판매법인이 없더라도 매출 규모에 따라 법인세를 납부하도록 한 것이다. 필러2는 해외에서 15%보다 낮은 법인세를 내고 있는 기업이 그 차액을 본국에 납부하는 것이 골자다.
필러1과 필러2는 지난 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총회에서 2023년 도입이 결정됐다. 필러2가 적용되면 헝가리에서 법인세 9%를 부담하고 있는 삼성전자 유럽 생산법인은 글로벌 최저세율로 정해진 15%와의 차이 6%포인트만큼의 법인세를 국내에 내야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 8일 OECD 논의 결과를 토대로 자체 추계했더니 한국 기업이 국내에서 수천억원의 추가 세금을 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분석에 따르면 최소 82개에서 100여 개 기업이 필러2 도입으로 세금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 51개 대기업집단 계열사 중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법인세율이 낮은 지역에 법인을 두고 있는 곳은 473개에 달해 이 추정치는 더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홍 부총리는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가 법인세를 올리면서 필러2에 따른 세수 증가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어느 나라에 있든 최소 15%의 법인세를 내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수천억원의 추가 세금 부담이 그대로 남는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처음 디지털세 등을 논의할 때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던 정부 설명과 다르다”며 “지금이라도 정부 추계 내용 등 구체적인 파급 효과를 공개하고 기업 의견을 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필러1과 관련해 국내에 세금을 내야 하는 글로벌 기업은 80여 개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국내에 내는 법인세 중 2조원 이상이 필러1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가며 단기적으로는 세수가 감소하겠지만 이들 80여 개 글로벌 기업의 법인세 납부가 차차 늘며 삼성전자 등의 세수 감소분을 메울 것이라는 게 기재부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백악관으로부터 영업 기밀에 준하는 자료 제출을 요청받은 것과 관련해서 홍 부총리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14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을 만나 관련 문제에 대한 도움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원래 산업통상자원부와 미 상무부가 논의할 사항이지만 옐런 장관과 면담이 예정돼 있는 만큼 반도체 자료 요청 문제에 측면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귀국 직후인 오는 18일 열리는 ‘제1차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 관련 대응 방안을 본격 논의할 예정이다.
노경목 기자/워싱턴=정인설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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