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약자의 강점은 강자의 약점을 이긴다

입력 2021-10-14 18:09   수정 2021-10-15 01:56

세계를 사로잡은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선 약육강식이 미덕으로 통한다. 약자가 강자를 이긴 순간은 단 한 번뿐이다. 바로 열 명씩 조를 짜서 줄다리기를 할 때였다. 노인과 여자들이 포함된 주인공의 팀은 누가 봐도 최약체로 꼽혔지만, 전략을 통해 살아남았다.

《약함 너머》는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전략을 제시한다. 역사적으로 전쟁터에서 약자가 강자를 이겼던 사례를 망라해 승리 공식을 도출한다. 현역 시절 대통령 국방비서관,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차장 등을 거치며 군 생활 대부분을 전략 기획에 몰두한 임종득 국방연구원 평가위원이 사례를 분석했다. 저자는 “동·식물 중에도 약자들은 나름의 생존전략을 발전시켜 진화해왔다”며 “과거에 약자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이해하면 오늘날에도 강자를 이길 수 있다”고 말한다.

전략을 짜기 전에 저자는 정의부터 내린다. 전략은 목표를 달성하려고 가용자원을 활용해 방책을 고안하는 기술이라는 것. 전략의 주요 특성도 소개한다. 미래지향적이고, 전체를 고려하며, 경쟁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게 전략이다. 또한 간접적으로 공개하고, 시행할 때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비밀 유지’다.

저자는 약자의 필승 전략을 다섯 가지로 요약한다. 첫 번째는 방책을 짤 때 약자의 강점을 강자의 약점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에서 펼친 전략처럼 강자가 우회할 수 없는 길목을 막아서라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조언도 곁들인다. 판을 뒤엎을 수단을 하나 마련해야 한다는 것. 필요시 강자와의 동맹도 약자가 짤 수 있는 전략 중 하나다. 저자는 “한미상호방위조약도 성공적인 약자전략이었다”며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지만, 언제든 약자는 비장의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모든 전략에 앞서는 건 바로 정보수집이다. 약자가 정보를 게을리 얻으면 힘의 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 고대 중국의 병법서인 ‘손자병법’에서도 정보 습득과 활용 방식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건 끈기다. 경쟁 상대를 끝없이 탐구하고 조직원을 다독이려면 인내심을 갖춰야 해서다. 저자는 “약함은 되레 인간의 적응력을 높일 수 있다”고 역설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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