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연간 3500만원 가량의 교육비를 투자해 양성한 해군의 잠수함 승조원들이 매년 절반 이상 조기 전역 등을 통해 이탈하고 있다. 매년 국정감사마다 해군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15일 국회 국방위워회 소속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2016~2021년)간 잠수함인원 유출현황’에 따르면, 5년간 잠수함 승조원으로 양성된 인원 712명 중 57%인 407명이 조기 전역 등을 이유로 잠수함 근무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16년 55명, 2017년 86명, 2018년 86명, 2019년 74명, 2020년 67명, 올해 9월까지 39명 등이 조기 전역, 승조자격 해제 등으로 유출됐다.
잠수함 승조원의 1인당 거주공간은 약 1.1평으로 교도소 독방(1.6평)보다 좁다. 약 33~34평 아파트에 30~40명이 모여 사는 것과 비슷하다는 게 해군측의 설명이다.
잠수함 내부 이산화탄소 농도도 최고 4258ppm까지 치솟아, 실내 권장 농도(1000ppm) 대비 4배 이상 높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3000ppm을 초과하면 두통 및 현기증을 느낀다. 장시간 노출되면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잠수함 승조원들은 한 번 임무를 나가면 평균 3~4주 가량 바닷 속에 머물면서 연평균 약 140일을 항해한다. 이 기간 휴대폰 통신 등이 끊기면서 단절감도 크다. 가족들도 자주 볼 수 없어 잠수함 근무는 해군에서 기피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기동민 의원은 "현재 해상근무 장병 정원은 872명인데 현재 인원은 842명으로 30명 부족한 채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며 "해상근무 장병이 갑자기 퇴직하면 육상근무 장병은 1~2년을 채우지도 못한 채 다시 해상근무로 발령난다"고 말했다.
업무 부담은 높은데 근무 환경과 처우는 열악하다고 국방위 의원들은 지적하고 있다. 현재 승조원 자격을 취득한 사람 중 장기복무에 선발된 부사관과 장교에게는 1년간 총 600만원(월 50만원씩)의 '잠수함 승조원 장려수당'이 지급된다.
이와는 별개로 해군은 승조원 1인당 하루 1만원의 '잠수함 출동수당'을 지급하는데, 일당을 3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청했다가 예산 부처의 반대로 지난해 10%(1만1000원) 상향하는데 그쳤다.
국방위 소속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북한의 위협 속에서 우리 잠수함 전력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해마다 잠수함 정예요원들이 무더기로 유출되는 상황은 심각한 문제"라며 "그런데도 우리는 별도의 심리상담프로그램도 운영하지 않는 등 처우가 열악하다"고 말했다.
해군 관계자는 "우리 군뿐 아니라 미국 해군도 승조원들의 이혼률과 이탈률이 높다"며 "휴대폰 등 통신이 끊긴 좁은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특성상 승조원들의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기 의원은 "여군의 잠수함 탑승계획은 7년 전부터 해군이 발표했던 것인데 현재까지도 해군의 여군 잠수함 승조원 양성 계획은 나온 바가 없다"며 "매년 끊임없이 발생하는 잠수함 승조원의 유출은 우리 해군의 전력에도 큰 문제인 만큼 여군의 승조여부는 하루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장려수당을 개선하고 본질적으로 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처우개선을 위한 실태조사도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군은 현재 잠수함 승조원 유출 방지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군 관계자는 "승조원 획득과 양성, 인사·복지, 정신전력, 군수지원, 작전·교육훈련 등 5개 분야를 바탕으로 각종 처우개선 방법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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