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지원사업은 40세 미만 청년 창업가에게 사업비의 70% 이내에서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해 주는 것으로, 중소벤처기업부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총 3539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진행해왔다. 첫해 140억원 하던 사업비는 매년 증액돼 지난해 708억원까지 늘었다. 이 사업은 처음부터 어느 정도 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작됐다. 열정과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하지만 위기로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문제는 처음부터 ‘눈먼 돈’을 노리고 지원하는 경우다. 대학생들도 크라우드 펀딩으로 월 수백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게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다. 정부 지원금까지 받았는데도 5년간 매출이 없다거나 고용이 없는 경우는 일단 의심부터 해봐야 한다. 더구나 그런 비중이 70%라면 사업을 원점에서 재고하는 게 맞다. 그런데도 중기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사후 성과 관리에는 손을 놓은 채 사업 확대에만 급급했다. 예산을 딸 땐 70%라는 허수는 가린 채 한두 개 성공 사례만 포함된 매출과 고용 평균값으로 성과를 ‘분식’했다. 그 사이 전문 브로커를 끼고 사업 계획서를 적당히 짜서 돈을 챙기고 사라지는 ‘무늬만’ 청년 기업가들이 여의도와 세종시 주변에 넘쳐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지금이라도 각종 예산사업의 ‘곪은 부위’를 도려내는 대수술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오히려 부실 예산 집행을 부추기는 퇴행을 일삼고 있다. 건강보험과 실업급여 관련 사업을 급격히 확대해 ‘부정 급여’ 건수가 급증한 게 대표적이다.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곳곳에서 부실 예산 집행에 대한 비판이 넘치는데도 ‘재정지출 중독증’에 걸린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년 선거를 앞두고 한술 더 뜬다. 그제는 사회간접자본(SOC)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을 현행 500억원에서 1000억원 이하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도대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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