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R&D 강국' 한국, 노벨상 왜 못받나

입력 2021-10-18 09:02  


커버스토리매년 10월이면 세계가 주목하는 ‘발표’가 있습니다. 바로 그해 노벨상 수상자들이 누구냐 하는 것이죠. 지난 4일 온도와 촉각 수용체를 발견한 데이비드 줄리어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와 스크립스연구소의 아르뎀 파타푸티언 교수가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11일 경제학상까지 6개 부문 13명의 수상자가 모두 발표됐습니다. 아쉽게도 한국인 수상자는 올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2000년 고(故)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첫 남북한 정상회담을 하는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한 공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이후 20년 넘도록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벨상은 스웨덴 발명가 알프레드 노벨(Alfred Nobel)이 기부한 재산을 바탕으로 매년 인류의 문명 발달에 기여한 사람에게 주는 상입니다. 1901년 제정된 이후 노벨상 수상자는 해당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와 명예를 인정받습니다. 이번에 수상한 이들도 모두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사람입니다. 노벨상은 특히 6개 시상분야 중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등 과학상이 3개에 달할 정도로 기초과학 분야를 중시합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가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인 한국으로선 아직 과학분야 노벨상을 타지 못한 것이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습니다. 문화적·정서적 차이로 동서양이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문학상이나 정치적 이유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평화상과 달리 과학상은 비교적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이웃 나라 일본은 비록 국적은 미국이지만 일본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간 마나베 슈쿠로 프린스턴대 교수가 이번에 물리학상 수상자로 결정되면서 25번째 일본(계) 수상자를 배출했습니다. 중국 3명, 대만 2명, 인도 2명, 파키스탄 1명 등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도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지난 7월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한 점을 비춰볼 때 우리의 노벨상 성적표는 씁쓸하기만 합니다. 우리는 1990년대 중반 김영삼 정부가 ‘노벨상 수상을 위한 국가전략적 도전’을 선언하며 그동안 과학기술에 많은 투자를 해왔지만 아직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물론 실망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뚜렷한 부존자원도 없이 우수한 인재만으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우리나라 아닙니까. 학생 여러분이 노벨상에 도전하고 수상의 영광을 누리는 꿈을 꿔보는 것은 어떨까요.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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