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빠르게 변한다지만 사실은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요즘 청소년 범죄가 늘어나는 데다 범죄 연령이 낮아지는 게 문제라지만 이는 예전에도 늘 있던 일이다. 1962년 발표된 《시계 태엽 오렌지》는 20세기 영문소설 100선에 오른 명작이다. 1940~1960년대 영국 사회상을 반영한 이 소설은 발표 당시 잔혹한 범죄 묘사로 인해 논란이 많았지만 ‘인간의 자유의지와 도덕적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주인공 알렉스가 15세부터 18세까지 겪은 일을 3부로 구성했다.
1부에서 알렉스는 피트, 조지, 딤과 어울려 다니면서 온갖 나쁜 짓을 마치 게임하듯 저지른다. 소년원에 여러 차례 갔다 온 알렉스에게 부모도 더 이상 간섭과 제재를 하지 못한다. 나이가 어리면서도 대장 노릇 하는 알렉스를 못마땅하게 여긴 친구들이 함께 벌인 범죄를 그에게 떠넘기는 바람에 소년원이 아니라 성인 교도소로 끌려간다.
2부에서 14년형을 받고 국립교도소 84F동에 수감된 알렉스는 6655321번으로 불린다. 알렉스는 야만적인 깡패 교도관들에게 차이고 맞고, 냄새나는 교활한 죄수들 사이에서 시련을 당한다. 신입을 함께 때린 동료들이 가장 어린 알렉스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는 바람에 그는 악질 죄수로 낙인찍힌다.
3부에서 석방된 알렉스가 집을 찾지만 곧바로 돌아 나온다. 하숙생 조가 자신의 방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밖에서 떠돌다 예전에 괴롭히던 사람들로부터 집단 공격을 받는다. 언젠가 두들겨 팼던 빌리보이와 자신을 배신한 딤이 경찰관이 되어 출동했고, 알렉스는 외곽으로 끌려가 두들겨 맞고 버려진다.
신문에 보도된 적 있는 알렉스를 알아본 작가가 정부의 전체주의적 통치 방법에 항의하기 위해 도움을 베푼다. ‘선택할 권리가 없는 인간, 착한 일만 할 수 있는 작은 기계’가 된 알렉스에게 작가는 “선택할 수 없는 인간은 인간이 아닌 거야”라고 일깨우며 “어떤 정부라도 태엽감는 기계로 만드는 것을 승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지”라고 강변한다. 작가가 마련해준 집에서 지내게 된 알렉스는 옆방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고통과 메스꺼움을 느끼고 밖으로 나가려 하지만 문이 잠겨 있다. 창문으로 뛰어내려 부상을 당한 알렉스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심층수면학습’을 통해 예전으로 돌아온다.
앤서니 버지스는 “청춘이란 어떤 의미로는 짐승 같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아니, 그건 딱히 짐승이라기보다는 길거리에서 파는 쪼끄만 인형과도 같은 거야. 양철과 스프링 장치로 만들어지고 바깥에 태엽 감는 손잡이가 있어 태엽을 끼리릭 끼리릭 감았다 놓으면 걸어가는 그런 인형. 일직선으로 걸어가다가 주변의 것들에 꽝꽝 부딪히지만, 그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 청춘이라는 건 그런 쪼끄만 기계 중의 하나와 같은 거야”라고 규정한다.
인생의 폭풍 같은 사춘기, 그 시절을 감옥에서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모차르트처럼 인류에게 위대한 유산을 남기는 위인도 있다. 자신이 벌인 나쁜 일이 “세상 끝날 때까지 돌고 돌아서 계속되겠지”라고 읊조리던 알렉스는 이제 더 이상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을 거라고 다짐한다. 15세의 알렉스를 겪지 않고 내내 18세의 알렉스처럼 살기, 그건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