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일명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내에서 세계 처음으로 시행됐습니다. 구글, 애플 등 스마트폰의 앱 장터 사업자가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것을 막는 제도입니다. 구체적으로 해당 사업자들이 일명 ‘인앱결제’ 방식을 강요해 앱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30%를 챙겨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구글 갑질 방지법’은 분명 게임, 웹툰, 음원 등 각종 디지털 콘텐츠 제공업자에게 도움이 됩니다.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구글 갑질 방지법’으로 반사이익을 누리는 업체가 따로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바로 토종 앱 장터 사업자인 ‘원스토어’입니다.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인앱결제 강제 문제가 불거지면서 원스토어는 이미 3년 전에 인앱결제를 오픈했다는 것이 주목 받고 있다"라며 "시장 변화는 원스토어에게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일부 국내 게임업체들은 여전히 원스토어에 모바일 게임을 유통하지 않습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원스토어에 게임을 추가로 출시하면 관련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라며 “지금도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로 충분하다”라고 말했습니다.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구글, 애플 등의 글로벌 앱 장터가 더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원스토어를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모바일 콘텐츠 사업자는 모든 앱 장터에 모바일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라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국내에서는 구글과 애플의 앱 장터 외에도 삼성 갤럭시스토어, 원스토어 등이 있습니다. 갤럭시스토어의 경우에는 삼성이 유지하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 해당 법안은 사실상 원스토어 지원 법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글 갑질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해당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앱 제공 사업자에게 특정 행위를 강제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갑자기 '상생'이라는 명분으로 국내 게임업체에 원스토어에 게임 앱 입점 독려에 나섰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3일 국내 게임사, 원스토어, 갤럭시스토어 등의 관계자를 불러 ‘국내 앱마켓 활성화를 위한 상생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협약에 참석한 국내 업체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 이어 정부도 대놓고 원스토어를 밀어주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는 원스토어까지 입점을 강요하는 것은 큰 부담”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주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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