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1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 ‘대형 드론’을 닮은 전기 수직이착륙비행기(eVTOL)가 떴다. 하늘 위가 아니었다. 빽빽한 빌딩숲 속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eVTOL 제조사 조비애비에이션(티커명 JOBY)이 기업공개(IPO)를 기념하기 위해 시제품(사진)을 전시한 것이었다. 조비애비에이션 주가는 이날 시초가보다 26%가량 상승한 13.4달러에 마감했다.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데뷔했지만 조비애비에이션이 정식 비행을 한 적은 없다. 2023년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운행 승인을 받는 게 1차 목표다. 이듬해엔 에어택시 서비스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조비애비에이션을 세운 조벤 비버트 최고경영자(CEO)는 eVTOL이 택시처럼 일상화되는 날을 꿈꾼다. “하늘에서 테슬라와 우버가 만난다”는 기대가 흘러나오고 있다.
빠르지만 소음은 작다. 헬리콥터 소음의 0.01% 수준이다. 1회 충전 시 비행 거리는 최대 150마일(약 241㎞)이다. 조비애비에이션은 2년 뒤 공식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1000번이 넘는 시험 비행을 했다.
조비애비에이션은 단순한 제조사가 아니다. eVTOL로 상업용 비행 서비스를 운영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말 차량 호출 업체 우버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부를 인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조비애비에이션은 앞으로 자체 앱은 물론 우버 앱을 통해서도 eVTOL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202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댈러스, 호주 멜버른 등에서 상업용 비행 서비스를 처음 시작할 예정이다. 뉴욕, 마이애미, 샌프란시스코 상공에도 eVTOL을 띄운다는 계획이다. 이용 가격은 우버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춘다는 방침이다.
그가 자란 마을은 전기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다. 무엇이든 자급자족할 수밖에 없었다. 비버트가 어렸을 때부터 공학도 기질을 쌓을 수 있었던 배경이다. 비버트는 기계공학으로 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졸업 후엔 창업에 뛰어들었다. 1999년 DNA 염기서열 분석용 로봇을 개발하는 벨로시티11을 공동 설립했다. 2005년엔 카메라 삼각대 제조업체 조비를 세웠다.
두 회사 모두 성공을 거두며 조비애비에이션을 설립할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상장 전부터 대규모 투자도 받았다. 일본 완성차 업체 도요타는 조비애비에이션에 4억달러(약 4750억원)를 투자했다. 우버는 7500만달러를 투자했다. 테슬라 초기 투자사인 카프리콘투자그룹도 자금을 댔다. 다른 경쟁사들보다 많은 투자금을 유치했다는 평가다.
조비애비에이션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비버트의 전문성이다. 그는 eVTOL 관련 기술을 포함해 자신의 이름으로 특허 40개를 보유하고 있다. 2018년엔 수직이착륙비행기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미국 수직비행협회로부터 상을 받았다.
모건스탠리는 조비애비에이션에 대한 투자의견으로 ‘비중 확대’를 제시했다. 목표 주가는 16달러로 설정했다. 최근 조비애비에이션 주가는 9달러 수준이다.
비버트의 장기 목표는 자율주행 eVTOL을 만드는 것이다. 그 전까진 eVTOL을 대중화한다는 계획이다. 비버트는 “교통 체증으로부터 10억 명을 구해낼 것”이라며 “eVTOL을 이용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 살면서도 꿈의 직장에서 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주근접성이 떨어져도 eVTOL로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거리를 공원으로 바꿔 도시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며 “배기가스 없는 일상 속 비행으로 항공산업의 르네상스를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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