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전성시대…바젤리츠·길릭 '미술 거장'들이 모인다

입력 2021-10-17 16:56   수정 2021-10-18 02:06


독일의 신표현주의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83), 모빌의 창시자로 유명한 미국 조각가 알렉산더 칼더(1898~1976), 영국 출신의 세계적 설치미술가 리암 길릭(57), 미국 뉴욕 미술계의 떠오르는 신성 이건 프란츠(35)…. 이렇게 유명한 작가들의 전시가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열리는 동네가 있다. 미국 뉴욕의 소호 지역도, 영국 런던의 첼시 지역도 아닌 서울 한남동이다.

한남동은 최근 미술계에서 ‘가장 뜨거운 동네’로 꼽힌다. 타데우스로팍 등 해외 유명 갤러리들이 국내 미술시장 호황을 계기로 앞다퉈 한남동에 한국 지점을 개설하고, 국내 최대·최고 사립미술관인 삼성미술관 리움이 최근 다시 문을 열면서다.

미술계 관계자는 “한남동은 강남이나 평창동 등 다른 부촌과 비교해도 구매력 있는 수요자가 많은 편”이라며 “교통 요지에 자리한 데다 문화 자산이 풍부해 젊은 세대의 유입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금 한남동에서는 세계적인 거장들의 전시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고 있다. 지난 6일 개점한 타데우스로팍 서울점에서 열리고 있는 바젤리츠의 개인전 ‘가르니 호텔’이 대표적이다.

안젤름 키퍼, 바젤리츠, 앤서니 곰리, 엘리자베스 페이튼 등 유명 작가 60여 명이 소속된 이 갤러리는 런던과 프랑스 파리,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등에 지점을 두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바젤리츠가 서울 전시를 위해 특별 제작한 회화 12점과 드로잉 12점 등 총 24점을 만날 수 있다. 사물과 풍경, 인물 등 대상을 거꾸로 그려 기존 회화의 전통과 고정관념을 깨고 순수한 시각성과 추상성을 강조한 작품들이다. 개점을 계기로 방한한 타데우스 로팍 대표는 “한국의 미술시장 열기를 실감한다”며 “서울점을 통해 한국 작가를 유럽 무대에 적극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시는 다음달 27일까지.

2017년 이태원에 서울점을 열었다가 올 6월 한남동으로 확장 이전한 페이스갤러리 서울점에서는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칼더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칼더의 조각 7점과 회화 1점, 종이 작품 7점 등 총 15점을 내건 전시다. 뉴욕에 거점을 둔 세계적인 갤러리답게 미국 칼더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희귀 작품들을 가져와 눈길을 끈다. 이 중 4점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 대중에 공개하는 작품이다. 전시는 오는 11월 20일까지.

갤러리바톤에서는 길릭의 개인전 ‘내가 말하는 그 매듭은 지을 수 없다’가 열리고 있다. 길릭은 사회 현상에 대한 분석을 미학적으로 풀어내 인간과 환경, 삶과 예술 등의 관계를 규정하는 ‘관계 미학’의 선구자로 꼽힌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초기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설치작품 ‘The What If Scenario’(1996년)와 올해 제작한 비닐 그래픽 작품 세 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내달 5일까지 열린다.

파운드리서울에서는 최근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젊은 작가 프란츠의 개인전 ‘Not Enough Words’가 열리고 있다. 그의 첫 아시아 전시다. 12월 19일까지 프란츠의 조각과 추상회화 등 43점을 만날 수 있다.

갤러리 BHAK가 열고 있는 정상화·윤형근·원수열 3인전과 가나아트가 사운즈 지점에서 선보이는 켈티 페리스 개인전도 주목할 만한 전시다. 각각 30일, 31일까지 열린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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