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8시 서울 이태원 최대 상권인 ‘세계음식문화거리’는 축제 현장을 방불케 했다. 300m 거리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내부에서부터 테라스까지 2인용 테이블 30여 개가 깔린 한 식당은 손님으로 가득 찼다.
건물 1~2층을 차지한 한 ‘라운지바’ 앞에는 15명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술집 직원 A씨는 “지난달 추석 직전부터 사람들이 돌아오더니 요즘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많은 손님이 몰리고 있다”고 했다.
다음달 예고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앞두고 이태원·강남 등 2030이 많이 몰리는 서울 주요 상권에는 벌써부터 활기가 넘치고 있다. 오랜 방역 규제로 억눌렸던 20~30대를 중심으로 일부 식당·술집 앞에 수십m 대기 줄이 이어졌다. 코로나19 집단감염과 고강도 방역 조치로 1년6개월가량 침체했던 분위기와 대조적이다.
영업제한 시간인 오후 10시가 되자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에는 외국인을 포함해 수백 명이 쏟아져 나왔다. 사람 간 간격은 1m도 채 안 돼 보였다. 이곳에서 만난 윤모씨(25)는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확산되고 나서 이렇게 이태원에 사람이 많은 것은 처음 본다”며 “30분째 택시도 못 잡고 있다”고 했다.
이날 오후 7시께 강남역 주변의 한 헌팅술집에도 입장 대기 인원이 15명 있었다. 이곳 직원은 “입장하려면 1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남대로 안쪽 일반 음식점인 삼겹살집 두 곳도 야외 테이블까지 사람이 전부 앉아 있었다.
16일 서울 서촌에서 열린 한 사진전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입장 대기 시간만 2시간30분에 달했다. 전시장 안에선 50㎝ 간격으로 2층부터 4층까지 관람객들이 줄을 선 채 전시를 관람했다. 사진전을 찾은 김모씨(25)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여유롭게 왔는데 예상외로 사람이 많아 한참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총 255명 나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올 2월만 하더라도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에 있는 1층 점포 36곳 중 휴업이나 폐업한 상점이 16곳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통계를 보면 확 바뀐 상권 분위기가 느껴진다. 서울시 공공데이터를 통해 매달 첫째주 토요일의 하루 지하철 이용객을 집계한 결과 지난 2일 6호선 이태원역의 하루 승하차 인원은 2만2180명이었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해 2월 수준(3만1850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올 1월(1만2650명) 대비 두 배가량 늘었다. 8월(1만4420명), 9월(1만9570명)과 비교해도 이태원의 유동인구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2호선 홍대입구역 하루 이용객은 1월 6만5659명에서 이달 10만7960명으로 불어났다.
“백신 접종률 증가로 코로나19에 대한 시민들의 경계심이 무뎌지면서 상권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상회복 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지 않는 한 소비는 촉진될 것”이라며 “이런 추세를 이어가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위드 코로나 직후 방역 관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양길성/최예린/장강호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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