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가 너무 춥다. 따뜻하게 입고 나가요. ^^”
띠리링. 알림음과 동시에 휴대폰 화면에 앱이 켜진다.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로부터 온 메시지다. 중학교 2학년인 이유영 양(15·가명)은 하루에 수십 번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최애’ 스타와 대화한다. 매월 4500원을 내면 연예인이 실시간 근황을 담은 메시지와 셀카, 직접 부른 노래를 녹음한 음성 파일 등을 보내준다.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팬 메신저 플랫폼 ‘버블’은 출시 1년 만에 구독 수 120만 건을 돌파했다. 매월 들어오는 구독료만 54억원에 달한다.
버블을 개발한 디어유의 창업자 이학희 부사장(사진)은 “출시 초기에는 ‘인공지능(AI)이 메시지를 보낸다’, ‘팬들의 마음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 등 반응이 좋지 않았다”며 “그러나 팬과 직접 소통하고 싶어 하는 아티스트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잇단 실패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을 때 기회가 왔다. 플랫폼 사업에 관심이 있던 SM엔터테인먼트가 팬커뮤니티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 부사장은 SM 팬클럽 커뮤니티 앱 ‘리슨’을 개발했고 부가적으로 팬클럽 회원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오픈채팅 기능을 넣었다. 이를 이용해 팬클럽 우수회원 100명을 선정해 스타와 채팅할 수 있는 일회성 이벤트를 열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를 모든 유료 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로 확대한 것이 버블이다. 이 부사장은 “사업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패했을 때 예전 사업을 과감히 버리고 자신이 가진 역량과 장점을 활용해 어떻게 전환하느냐다”고 했다.
이 회사는 다음달 코스닥시장에 상장한다. 기업가치는 공모가 상단 기준 50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이 부사장의 꿈은 버블을 국내 회사 중 처음으로 세계 1위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이다. 내년에는 미국 유명 팝스타의 버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버블을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만드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버블 프로필 화면을 싸이월드 미니홈피처럼 자유롭게 꾸밀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부사장은 “프로필 화면에 아이돌의 배경음악을 깔고 스타와 명품 브랜드가 협업한 한정판 패션 아이템 등을 판매할 예정”이라며 “프리미어리그나 메이저리그 구단의 스포츠 스타를 대상으로 버블 서비스를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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