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콜옵션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으로 국제유가가 올해 안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길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자료를 인용해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콜옵션 투자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TI 선물(11월물 기준)은 최근 배럴당 83달러를 넘겼다. WTI 가격은 이달 들어서만 10%, 올 들어 70% 올랐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WTI 가격이 곧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콜옵션에 손대고 있다. 2014년 이후 현재까지 7년 동안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긴 적은 없다.
이달 들어 CME에서 하루 평균 WTI 콜옵션 16만7000계약이 손바뀜했다. 지난해 3월 이후 최대 규모다. 이중 절대다수가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기는데 ‘베팅’한 콜옵션이다. CME에서는 지난 14일 WTI 가격이 100달러 이상일 때 투자자가 이익을 보는 콜옵션이 14만1534계약을 기록했다. 물량으로 환산하면 1억4153만배럴(옵션 1계약=1000배럴)로 전세계에서의 하루 원유 생산량 수준이다. 올 1월만 해도 같은 조건의 콜옵션이 하루 3만계약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근에는 브렌트유 가격이 내년 말까지 배럴당 2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예측한 콜옵션 투자도 늘어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이 최근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는 이유다.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올 겨울은 예년보다 추워 난방유 등의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은행 JP모간체이스는 올 연말 브렌트유 가격을 배럴당 84달러로 예측하고 있다. 씨티그룹의 올 연말 전망치는 배럴당 85~90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00달러다.
올해 미국 증시에서 게임스톱, AMC 등 이른바 밈 주식(소셜미디어 등에서 유행한 주식) 옵션 투자로 재미를 봤던 사람들이 국제유가를 두고서도 동일한 전략으로 투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JP모간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원유 수요가 코로나19 전 수준으로 늘어나지 않으면 배럴당 100달러를 넘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란 핵협상 결과에 따라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공급돼 국제유가 상승세를 제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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