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길 애터미 회장 "나눔은 꾸준해야…기부활동 더 늘릴 것"

입력 2021-10-18 18:21   수정 2021-10-19 00:45

TV에서 본 적은 없는데 알음알음으로 주변에서 자주 보는 한 브랜드가 있다. 이 회사가 취급하는 제품만 화장품, 식품, 영양제는 물론 고등어까지 각양각색이다. 글로벌 업체 암웨이를 제치고 수년째 국내 1위를 지키고 있는 토종 네트워크 직판업체(다단계) 애터미 이야기다.

애터미엔 또 다른 특이한 점이 있다. 회사 임직원이 거의 매년 기부·봉사활동에 참여한다는 것. 이번에는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의 한국 지부에 1000만달러(120억원)를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이 단체가 받은 기부 금액 중 역대 최대 금액이다.

120억원이란 거액을 선뜻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박한길 애터미 회장(사진)은 “코로나 팬데믹이 지속되며 모두가 어려운 가운데 자연재해까지 겹친 나라도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게 어린아이들인 만큼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지난 15일 기부약정식을 맺은 박 회장을 인터뷰했다.

애터미가 1000만달러를 기부한 컴패션은 6·25 전쟁으로 생겨난 전쟁고아를 돕는 데서 시작한 구호단체다. 한국은 1993년까지 컴패션의 ‘수혜국’ 위치에 있었으나 2003년부터 지원국이 됐다. 컴패션이 후원하는 국가 중 이처럼 위치가 바뀐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1956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단체지만 공개 모금을 하지 않아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유니세프·세이브더칠드런과 같은 단체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박 회장은 “컴패션은 세계적으로 200만 명 이상의 어린아이를 후원하고 있고, 그 가운데 12만 명은 한국컴패션이 후원하고 있다”며 “특히 아이가 어른이 될 때가지 장기후원을 해주는 몇 안되는 단체라 더더욱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애터미는 2019년에는 미혼모를 위해 100억원을, 지난해에는 호남지역 재활병원 건립에 27억원을 기부했다. 국내 1위 네트워크 직판업체라지만 매년 거금을 내놓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눔은 꾸준해야 한다”는 것이 박 회장의 지론이다.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흩어 구제하여도 더욱더 부하게 되고, 과도히 아껴도 가난하게 될 뿐이니라’. 어릴 적엔 이 말을 따라 그저 많이 벌어서 많이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혼자서만 사는 세상이 아니고 같이 나눠가며 살아야 하는 게 도리니까요. 기업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기업이 커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가 다 같이 성장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현재는 연매출 1조원이 넘는 중견기업을 이끌고 있지만, 그도 창업 초기부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40대에 17년간 몸담은 회사를 떠나 2000년 인터넷 쇼핑몰을 차렸지만 경영 악화로 실패하면서 월세방을 전전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2009년 애터미 창업으로 재기한 직후에는 세계재난구호회 등을 통해 꾸준히 나눔을 실천해왔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직접판매가 어려움에 직면한 것은 맞지만 가상현실(VR) 기술을 도입하는 등 어려움을 극복해나가고 있다”며 “매년 해오던 기부활동도 더욱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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