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나로호와 누리호

입력 2021-10-18 17:13   수정 2021-10-19 00:42

우리나라가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를 쏘아 올린 2013년까지만 해도 한국은 ‘우주 지각생’이었다. 그나마 러시아 기술을 빌려 세 번의 실패 끝에 가까스로 우주 시대를 열었다.

‘나로호’는 우주센터가 있는 전남 고흥 외나로도 지명을 딴 이름이다. 조선시대 국가에 바칠 말을 기르던 ‘나라 섬’에서 유래했다. 당시 나로호 탑재중량은 100㎏, 목표 고도는 300㎞에 불과했다. 엔진은 다 러시아가 만들었다.

오는 21일에는 우리 독자 기술로 만든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발사된다. ‘누리’는 ‘세상’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이름답게 탑재중량이 나로호의 15배인 1.5t으로 늘어났고, 목표 고도는 두 배 이상인 600~800㎞에 이른다. 발사체의 심장에 해당하는 중대형 엔진 등을 우리 손으로 제작했다. 추진체 탱크도 국내 기술이다. 발사대 역시 설계부터 공사까지 국내 기업이 도맡았다.

지금까지 다른 나라 도움 없이 발사체를 쏠 수 있는 나라는 러시아, 미국, 프랑스, 중국, 일본, 인도, 이스라엘, 이란, 북한 등 9개국이다. 그러나 1t 이상의 실용급 위성 발사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6개국뿐이다. 이스라엘, 이란, 북한은 300㎏ 이하만 가능하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우주발사 기술이 발전했다고는 해도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미국은 이미 태양계 탄생의 비밀을 추적할 정도로 앞서가고 있다. 지난 16일 발사한 탐사선 ‘루시호’는 인류 최초로 태양계 바깥까지 나갔다가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다. 중국도 같은 날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한 유인우주선 ‘선저우 13호’를 발사했다. 일본 역시 우주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각국의 우주개발 예산은 지난해 825억달러(약 97조원)에 이른다. 미국이 476억달러로 절반을 차지하고 중국이 88억달러, 프랑스가 40억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작 7억달러밖에 안 된다.

한때 우리는 로켓 기술 선진국이었다. 고려시대 최무선이 만든 ‘주화(走火: 달리는 불)’와 이를 개량한 조선시대의 신기전(神機箭) 등 앞선 기술을 자랑했다. 이젠 발사체 분야에서도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걸맞은 ‘우주 우등생’이 될 때가 됐다. 우주산업은 각종 첨단기술의 개발과 생산, 활용 측면에서 파급효과가 엄청나게 크다. 미래 세대의 꿈도 광활한 우주 속의 별빛과 함께 커 갈 것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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