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글로벌 창업보육사업에 참가한 스타트업 중 단 3%만이 해외에서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당기관인 창업진흥원은 이를 숨기고 실적을 ‘뻥튀기’해 대외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사업 예산은 매년 증액되고 있다.
부진한 실적 부풀리기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창업진흥원이 운영하는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사업에 지난 3년 간 프로그램 참여 기업 186곳 중 3%인 단 6곳이 해외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2011년부터 진행된 이 사업은 국내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과 투자유치를 돕는 프로그램이다. 민간 벤처캐피탈(VC)들이 진행하는 글로벌 액셀러레이팅은 20~30% 수준으로 투자 유치하는 것에 비하면 매우 부진한 성적이다.사업 후 해외 매출이 나온 곳도 단 44곳에 불과했다. 심지어 이중 18개 기업은 정부 프로그램 참가 전 이미 해외 매출이 나오고 있던 곳이다. 나머지 142개 기업은 해외 매출이 전무했다.
창업진흥원이 이러한 상황을 숨기고자 허위과장 보고한 실태도 드러났다. 대외 보고인 ‘2021년 중소기업 연차보고서’ 내용 중 ‘국내창업기업 해외진출 지원성과’ 항목에서 창진원은 지난 3년간 참여 스타트업들이 총 45건 투자를 유치해 324억8000만원을 받았고, 573억8000만원의 매출을 벌어들였다고 공개했다.
이는 참가 스타트업들이 정부 프로그램과 관계없이 국내 투자유치 금액과 국내에서 벌어들인 매출을 합산한 내용이다. 국내 투자유치금액을 제외한 해외 투자유치 규모는 76억1800만원으로 보고서 내용은 4배 수준으로 부풀려졌다. 국내매출을 제외한 해외매출은 62억5300만원으로 거의 10배 수준으로 과장했다.
홍정민 의원은 “창진원 성과라고 공개한 내용 상당부분은 스타트업들이 스스로 이뤄낸 것”이라며 “일회성 지원 후 숫자를 부풀리기 하는 창업진흥원의 그간 행보는 해외진출을 간절히 시도하는 창업자들에게 모욕적인 처사”라고 지적했다.
과장보고로 예산은 매년 늘어
창진원이 프로그램 우수사례라고 소개하는 핀테크 업체 A사(2018년 참여)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미국 액셀러레이터 B에게 현지 스타트업, VC 들을 소개받기로 했지만 허탕을 칠 수밖에 없었다. 프로그램 참가 후 보고서에서 A사는 “B사가 네트워크가 없어서 약속된 현지 기업들과의 미팅이 진행되지 않았다“며 “당사 수준에 못 미치는 프로그램”이라고 털어놨다. A는 프로그램 이후 해외 투자와 매출이 0원임에도 12억원 국내 매출을 올려 프로그램 성과로 보고됐다.사업 후 국내에서 12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국내에서 투자를 50억원 유치했던 C업체(2018년)도 창진원의 도움을 전혀 받지는 못해 해외 성과가 없었지만 창진원의 실적으로 보고됐다. D업체(2020년)는 해외 매출 투자 유치 없지만 사업 후 국내 투자 유치 20억원은 프로그램 실적으로 잡혀 있다.
과장보고로 해당 사업의 지원 예산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2019년 28억원의 예산은 지난해 34억원, 올해 75억원으로 책정됐다. 이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스타트업 1곳 당 해외 액셀러레이터를 연계해주고 2000만~3000만원 가량 금액 지불하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네트워크도, 전문지식도 없는 정부가 덩치를 키우기 위해 해당 사업을 쥐고 있을 것이 아니라, 민간 VC 중심으로 글로벌 액셀러레이팅이 되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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