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여 개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는 시간이 멈춘 브랜드가 있다. 2~3년 전 출시됐지만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문을 닫은 패션 브랜드들이다. 폐업에도 브랜드를 빼지 않은 이유는 ‘권리금’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애슬레저 브랜드 A사는 2019년 무신사에 입점해 의류를 판매하다가 최근 문을 닫았다. 하지만 무신사 안에서는 여전히 검색되고 있다. 20~30대를 겨냥해 모자를 판매하던 B사도 마찬가지다. 2020년 이후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1년 창업한 무신사에는 현재 6000개가 넘는 패션·뷰티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이들 중 새 시즌 상품을 내지 못하고 사실상 영업을 중단한 브랜드가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입점 브랜드 간 경쟁으로 2~3년 안에 문을 닫는 브랜드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엔 이처럼 사업을 접은 패션 브랜드가 하나당 200만~3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소규모·영세 패션업체들이 기존 브랜드를 리뉴얼해 무신사에 입점하는 용도로 사들이는 것이다. 무신사는 기업의 연 매출뿐 아니라 패션 브랜드의 미래성 등 정성평가까지 반영해 입점업체를 결정하고 있다. 동대문시장에서 ‘택갈이’(라벨을 바꿔 다는 것)를 하는 브랜드들은 입점이 어렵다. 이 때문에 일부 업체들이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해 무신사에 입점하기보다 기존 브랜드를 사들여 우회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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