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채 및 가계부채 증가로 연명하던 한국 경제는 정부 당국자의 우려대로 ‘퍼펙트 스톰(대형 복합 위기)’의 거친 풍랑 속으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불안감이 커지면 부유하고 힘 있는 사람들은 금과 달러를 산다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 일반 국민은 정부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이 불안한 시대에 정부의 역할은 무엇일까?
정부의 첫 번째 역할은 튼튼한 받침돌이 되는 일이다. 모든 건물에서 받침돌은 잘 보이지도 않고 느낄 수도 없지만, 받침돌이 약해지면 건물은 허무하게 무너지게 된다. 정부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유·무형의 외부 위협에 대응해 모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철저하게 보호하는 안보 받침돌이 돼야 한다. 각종 위험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내는 법치 받침돌이 돼야 한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튼튼한 재정 받침돌이 돼야 한다.
엄중한 국제 외교·안보 상황에서 우리 편을 폄하하고 상대방을 지지하는 듯한 정책과 언행은 안보 받침돌을 통째로 뽑아버리는 행위다. 사람과 사건에 따라 선택적으로 법이 적용되면서 법치 받침돌이 서서히 부서지고 있다. 정부 스스로 ‘부채 파티’의 주최자가 되면서 재정 받침돌에 생긴 틈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받침돌이 되기를 거부하고 있는 듯하다.
정부의 두 번째 역할은 든든한 디딤돌이 되는 일이다. 모든 국민은 더 나은 내일을 원한다. 정부의 역할은 국민의 더 나은 내일을 응원하는 기회 디딤돌을 제공하는 것이다.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사다리를 만들고,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일이 교육 디딤돌이다. 모든 사람에게 기본적인 생활 안정을 제공하고, 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지원하는 일이 복지 디딤돌이다. 국민이 갑자기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게 됐을 때, 이들을 위기에서 구하고 다시 기회의 트랙에 올려놓는 일이 응급 디딤돌이다.
학교를 장기판의 졸처럼 부리면서 교육을 규제하고, 코로나바이러스가 휩쓰는 상황에서 악어 입처럼 크게 벌어지는 교육 격차를 방치하는 정부에 교육 디딤돌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 후대를 위한 복지의 지속가능성은 별나라 이야기이고, 더 어려운 사람에게 더 많은 복지 혜택을 주자는 주장은 달나라 이야기가 된 정부에서 진정한 복지 디딤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강제로 시행한 원칙 없는 영업규제가 영세 자영업자 가족의 생존을 절벽 끝으로 밀어 넣을 때, 모든 국민이 힘들다면서 똑같이 돈을 뿌리는 정부가 응급 디딤돌이 될 수 없다.
정부의 세 번째 역할은 걸림돌이 되지 않는 일이다. 가격 규제, 물량 규제, 인허가 규제 등 은하수에 떠 있는 별의 개수보다 많을 것 같은 각종 규제는 민간의 활력을 저해하고 생존을 위협하는 걸림돌이다. 사람마다 기업마다 경우마다 일관되지 않은 법 집행, 제대로 된 설명 없이 뒤집히는 예측하기 어려운 행정은 더 나은 미래로 가는 데에 걸림돌이다.
공공과 정부가 합작해 선량한 국민의 재산을 합법의 이름으로 강탈하는 행위는 최악의 걸림돌이다. 전설 속의 로빈후드는 부도덕한 권력자들의 재산을 강탈해 어려운 서민에게 나눠주었단다. 만약 이와는 반대로 선량한 서민들의 재산을 강탈해 부도덕한 권력자와 이와 결탁한 자들이 나눠 먹었다면 이는 무엇이라고 해야 하나?
정부의 역할은 장단기 퍼펙트 스톰이 다가오는 불안한 상황에서 받침돌과 디딤돌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그 역할을 믿으면서 국민은 숨 쉬고, 위기를 함께 이겨내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된다. 그러나 받침돌과 디딤돌 역할은 거의 없고, 걸림돌 역할만 있다면 그러한 정부는 존재 이유가 없다. 더욱이 걸림돌이 받침돌과 디딤돌조차 빼내 버린다면 그러한 국가는 존재조차 하기 어렵다. 걸림돌이 없어지고 받침돌과 디딤돌이 커지는 정부가 출범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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