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창업보육사업' 헛바퀴…창진원, 실적 '뻥튀기'

입력 2021-10-19 17:23   수정 2021-10-20 02:38

정부 글로벌 창업보육사업에 참가한 스타트업 중 단 3%만이 해외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당 기관인 창업진흥원은 이를 숨기고 실적을 ‘뻥튀기’해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사업 예산은 그러나 매년 증액되고 있다.

19일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창업진흥원이 운영하는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사업에 지난 3년간 프로그램 참여 기업 186곳 중 3%인 6곳이 해외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2011년부터 이뤄진 사업은 국내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과 투자 유치를 돕는 프로그램이다. 민간 벤처캐피털(VC)이 진행하는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투자 유치 실적이 20~30% 수준인 것에 비하면 매우 부진한 성적이다.

사업 후 해외 매출이 나온 곳도 44곳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 가운데 18개 기업은 정부 프로그램 참가 전 이미 해외 매출이 나오고 있던 곳이다. 나머지 142개 기업은 해외 매출이 전무했다.

창업진흥원은 이런 실태를 부풀려 허위·과장 보고했다는 게 홍 의원의 분석이다. 대외 보고인 ‘2021년 중소기업 연차보고서’ 내용 중 ‘국내 창업기업 해외 진출 지원성과’ 항목에서 창업진흥원은 지난 3년간 참여 스타트업들이 총 45건 투자 유치를 성사시켜 324억8000만원을 확보했고, 573억8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이는 참가 스타트업들이 정부 프로그램과 관계없이 국내 투자 유치 금액과 국내에서 벌어들인 매출을 합산한 수치다. 국내 투자 유치 금액을 제외한 해외 투자 유치 규모는 76억1800만원으로, 보고서는 이 금액을 네 배 수준으로 부풀렸다. 국내 매출을 제외한 실제 해외 매출은 62억5300만원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 실적의 10분의 1 수준이다.

홍 의원은 “일회성 지원 후 숫자를 부풀리는 창업진흥원의 그간 행태는 해외 진출을 간절히 시도하는 창업자들에게 모욕적인 처사”라고 지적했다. 해당 사업의 지원 예산은 2019년 28억원에서 지난해 34억원, 올해 75억원으로 늘었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민간 VC 중심으로 글로벌 액셀러레이팅이 되는 생태계를 우선적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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