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2년 만에 인사체계 대수술…호봉제 폐기하나

입력 2021-10-20 16:46   수정 2021-10-21 01:17

한국은행이 글로벌 인사컨설팅 업체인 머서코리아의 자문을 바탕으로 조직과 인사·보상체계를 대폭 손질한다. 머서는 직원별 평가상여금 차등 폭을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동시에 성과·평가관리를 강화할 것 등을 권고했다. 한은이 호봉제를 사실상 폐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머서의 ‘한은 경영인사 혁신 컨설팅보고서’를 입수했다. 1999년 개편된 한은의 인사·보상체계가 22년 만에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고서의 골자는 평가상여금 제도 개편이다. 한은은 그동안 기본급과 함께 평가상여금을 지급했다. 매년 업무 성과를 4등급(S·A·B·C)으로 나눠 기본급의 0~25%만큼 평가상여금을 차등 지급했다. 상당수 직원이 B를 받는 만큼 평가상여금 차등 폭이 크지 않았다.

머서는 앞으로 업무 성과를 3등급(기대수준 초과·기대수준 충족·개선 필요)으로 줄이는 대신 점진적으로 평가상여금 차등 폭을 키우는 내용을 권고했다. 평가상여금 지급액 격차가 벌어지면 같은 연차 직원이라도 연봉 액수의 차이가 커진다. 호봉제를 운용 중인 한은이 성과연봉제에 준하는 임금체계 도입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진다.

평가상여금 차등 지급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인사평가 개편 필요성도 제기했다. 수시·다면평가 체계 개편이 대표적이다. 직원들이 수시로 수행 업무를 인사시스템에 등록하면 팀장 등이 평가하는 제도다. 여기에 동료들끼리 상호평가하는 시스템도 도입하라고 했다.

전문성을 갉아먹는 ‘순환근무제’에 대한 대안도 제시했다. 조사역에게는 다양한 경험을 부여하기 위해 기존처럼 순환근무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과장·차장급부터는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사내공모제도를 적극 실시·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사내공모제도에 따라 다른 전문 영역으로 이동하려면 학술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경제연구·실물조사·금융시장·금융안정·통화신용정책·디지털화폐를 비롯한 10개의 전문영역 수석 자리를 신설하는 내용도 보고서에 담겼다. 이들은 각국에 소속돼 주요 업무에 대해 조언하거나 외부 교류를 전담하는 역할을 부여받는다.

한은은 머서코리아 자문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초까지 중장기 경영·인사 혁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경영·인사 혁신에 앞서 ‘재택근무 세부운영기준(재택근무 업무기록표 4판)’을 바탕으로 머서의 권고를 일부 도입했다. 재택근무자 평가를 강화하기 위해 업무 내용·성과를 수시로 엑셀로 작성해 관리자에게 보고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에 대한 직원들의 반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행정 업무가 늘어나는 데다 회사의 감시·통제가 강화될 수 있다”며 반발하는 직원이 늘고 있다. 한 직원은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직원을 통제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관점이 녹아 있다”며 “조직 혁신의 흐름을 상당히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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