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꽉 잡은 리페이퍼 "맥도날드·네슬레도 뚫을 것"

입력 2021-10-20 17:03   수정 2021-10-21 01:45

커피숍 브랜드 스타벅스는 3년 전부터 국내에서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제공하고 있다. 종이 빨대는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빨대용 원지에 특수 코팅 처리를 해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스타벅스 종이 빨대 10개 중 9개에는 국내 스타트업 리페이퍼의 코팅 용제 및 기술이 녹아 있다.

윤철 리페이퍼 대표(사진)는 “액체(음료)에 닿아도 흐물거리는 성질을 최소화하고 종이 맛도 나지 않도록 하는 게 기술력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초창기엔 여러 기업이 경쟁했지만 지금은 스타벅스 종이 빨대 점유율이 90%를 살짝 넘는다”고 덧붙였다.

윤 대표는 국내 1위 제지업체 한솔제지 연구원 출신이다. 1994년 입사해 2000년까지 근무한 뒤 미국 유학을 다녀온 이후 2014년 창업했다. 그는 “종이를 만들어 시중에 공급한 뒤 재활용을 위해 회수해서 공정에 넣으면 다시 종이가 되는 게 제지회사에서 푹 빠지게 된 종이의 매력”이라고 했다.

리페이퍼 코팅 기술의 핵심은 코팅 원료로 아크릴레이트를 쓰는 것이다. 아크릴레이트는 풀(바인더)의 구성 성분으로 소수성(疏水性)을 띠어 종이의 물 흡수를 막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재활용 과정 중 폐지를 물에 푸는 단계에서는 자연스럽게 골고루 분산돼 폴리에틸렌(PE)과 달리 재활용이 쉽다는 설명이다. 윤 대표는 “리페이퍼 코팅액을 사용한 포장재는 전자레인지와 오븐에서도 안전하게 쓸 수 있다”며 “높은 열에서도 분해되지 않고 사람이 먹어도 배변 때 나온다”고 했다. 뜨거운 음료 용기는 겉부분만 코팅하면 되는 데 비해 차가운 용기는 안팎을 모두 코팅 처리해야 한다.

이 기술력은 최근 미국 제지사 GPI가 인정했다. 리페이퍼로부터 2년간 1500t 규모의 용지 코팅 원료를 공급받기로 계약을 맺었다. GPI는 연매출 7조원 회사로 식음료 포장재 부문에선 글로벌 ‘빅3’로 손꼽힌다. 국내에서는 리페이퍼 코팅 용제가 편의점 GS25의 자체브랜드(PB) 커피 카페25, 이마트 PB 컵 등에 이미 적용되고 있다.

리페이퍼의 다음 목표는 글로벌 식음료 기업 네슬레, 맥도날드와 거래를 트는 것이다. GPI 계약 이후 맥도날드와의 거래 추진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윤 대표는 “2022년 7월부터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한 차례 강화될 예정”이라며 “그에 발맞춰 중국 맥도날드 콜드컵(차가운 음료용 컵)으로 공급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호주와 일본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하는 등 플라스틱 대체용 친환경 종이 시장이 본격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윤 대표는 작년 20억원, 올해 30억원에 이어 내년 250억원가량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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