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선구안은 ‘기술의 발전 방향에 대한 고민’을 통해 단련됐다. 강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설립된 삼성벤처투자 미국법인의 창립 멤버다. 2015년 대만 폭스콘 출신 코니 솅과 함께 실리콘밸리에서 노틸러스벤처스를 창업했다.
내년 세 번째 펀드 출시를 준비 중인 그가 주목하고 있는 유망 업종은 ‘빅데이터’다. 강 대표는 20일 실리콘밸리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빅데이터 스타트업들이 인간의 삶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빅데이터에 대해 지난 수십 년간 스타트업 시장을 주도했던 반도체, 스마트폰에 버금가는 대형 투자처라고 평가했다. 데이터양이 1년에 몇 배씩 증가하는데 현재 활용하는 데이터는 전체의 1%도 안 되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데이터 산업 생태계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회사가 유망하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빅데이터 기업이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하는 동시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대표적인 사례로 직접 투자한 에디슨소프트웨어를 꼽았다. 에디슨소프트웨어는 고객 동의를 얻어 스팸성 이메일을 분류하는 앱을 개발했다.
에디슨은 우버나 아마존 등으로부터 고객에게 날아온 영수증 이메일 등에서 데이터를 모은다. 이를 모아 경쟁사, 예를 들어 우버의 데이터는 리프트에, 호텔스닷컴의 데이터는 스카이스캐너 등에 판매해 돈을 번다. 강 대표는 “우버, 아마존의 실적을 먼저 분석하고 싶어 하는 사모펀드들도 에디슨의 고객”이라며 “에디슨은 성장성을 인정받아 최근 데이터 서비스업체에 팔렸다”고 말했다.
한국계 20대 창업자 팀 황의 피스컬노트도 데이터 스타트업의 대박 사례로 평가했다. 피스컬노트는 각국 정부의 규제 관련 실시간 데이터를 모아서 기업에 유료로 제공한다. 강 대표는 “셸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1000명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하는 일을 피스컬노트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처리한다”며 “전 세계 8000여 개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고 했다.
실리콘밸리 투자시장의 분위기와 관련해선 ‘거품 조짐이 있다’고 전했다. 고수익을 찾아 자산운용사들까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다 보니 일부 스타트업의 가치가 부풀려지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암호화폐 등과 관련된 스타트업에 대해선 “본질적인 가치가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강 대표는 내년 출시할 ‘펀드 3’를 통해 한국 스타트업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한국 스타트업들이 적극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헬스케어 시장의 예를 들며 “미국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전 세계 국방비를 합친 것보다 크다”며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미국에서 ‘성공 경험’을 쌓고 국내로 다시 전파해야 한국 시장도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의 성공 요건으론 ‘창업자의 영업능력’을 꼽았다. 벤처캐피털리스트를 꿈꾸는 후배들에겐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많이 듣고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이상은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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