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충청권 민주노총 집회도 속수무책...시민 발 묶이고, 상인들은 울상

입력 2021-10-20 18:49   수정 2021-10-20 20:02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도심의 차로까지 막고 수천 명이 집회를 여는 게 말이 됩니까. 시민과 주변 상인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불법 집회에 화가납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20일 오후 2시부터 충남에서 수천 명이 운집하는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다. 경찰은 집회 해산 시도는 일찌감치 포기하고 차선을 막고 차량을 우회시키는 등 안전사고 예방에만 집중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천안 신부동 아라리오광장 앞에서 2500여 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강행했다. 총파업에는 충남과 세종 지역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건설노조 등 주요 산하 조직이 참여했다. 이들은 “비정규직 완전철폐 소득 불평등 끝장내자” “부동산투기 전면 환수 자산 불평등 해결하라” “노동법 전면 개정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정부를 규탄했다.

충남경찰청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당초 천안역과 천안IC 인근 도솔광장, 더불어민주당 충남도당 등 세 곳에 집회를 신고했지만 예정과 달리 모든 인원이 아라리오광장 앞으로 집결했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집회신고를 따로 내고 집회는 한 곳에서 열었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경찰은 7개 중대 570여 명을 포함해 총 800명을 동원해 주변 도로를 차단하고, 차량을 통제했다. 천안시가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 위반에 따른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발령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경찰 역시 집회 해산 명령을 내렸지만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사실상 교통통제와 증거수집을 위한 채증활동에만 주력했다.



시민들은 집회 현장에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8차로 중 4차로를 막는 바람에 심각한 교통정체가 빚어졌다.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집회가 열리는 동안 정류장에서 택시와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었다. 천안 신부동은 하루 수 만대의 차량이 통행하고, 충남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다.

이날 집회로 주변 소상공인들도 피해를 입었다. 아라리오광장은 천안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을 중심으로 주변에 상가 수백여 곳이 밀집해 있다. 상인들은 집회 소음과 방문객 감소로 피해를 호소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44·여)는 “가뜩이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운 마당에 대규모 불법 집회로 매출이 더 떨어졌다”며 “한낮 왕복 8차로 한복판에서 버젓이 불법 집회가 열리는 데도 경찰이 보고만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충남경찰청 관계자는 “물리적 충돌이 우려돼 해산보다 채증을 통한 사법처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안=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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