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5일 08:3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ADT캡스가 내년 상장을 추진한다. SK계열사인 이 회사는 지난해 SK인포섹과의 합병으로 물리적 보안에 정보기술(IT) 보안을 융합시켜 국내 1위 보안기업으로 올라선다는 전략이다.
ADT캡스는 이같은 청사진을 내세워 기업가치 4조원을 희망하며 상장전 투자유치(프리IPO)에 한창이다. 그런데 상당한 차이로 시장 1위를 달리는 에스원의 시가총액이 3조2000억원 대에 불과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대규모 장치를 운용하는 기업도 아닌데 부채비율이 830%에 이르는 점도 불안하다. 그런데도 ADT캡스의 프리IPO에는 동북아시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를 비롯해 유럽 초대형 PEF인 EQT파트너스,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굵직한 투자자들이 입찰에 나섰다. 기관 투자가들은 어떤 미래를 보고 투자에 나서는지, 내년에 예정대로 주식 공모가 이뤄진다면 공모주 투자에 뛰어들어도 될지 살펴본다.
수 십년 째 보안업계 2위
보안기업 ADT캡스라는 이름은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다만 SK그룹 계열사라는 점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SK그룹은 2018년 SK텔레콤을 내세워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 등 재무적투자자(FI)들과 ADT캡스를 인수했다. 1971년 설립된 이 회사는 1980년대 미국 아뎀코와 제휴하며 '캡스'란 간판을 걸었다. 1999년 보안회사 타이코(TYCO)를 새 주인으로 맞았고, 2014년엔 미국 PEF 칼라일에 경영권이 넘어갔다가 SK그룹에 정착했다.ADT캡스는 물리보안시장에서 점유율 기준 만년 2위다. 과거 독립 기업으로선 삼성그룹과 일본 세콤의 합작사 에스원을 넘기는 어려웠다. 삼성 계열사의 후광을 업은 에스원과의 경쟁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였다. 그러나 ADT캡스가 2018년 SK그룹에 편입된 후 격차는 줄어들고 있다. SK그룹에 인수된 이듬해인 2019년 21.4%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고, 시장점유율은 합병전 26.5%에서 지난해 31.9%까지 올라갔다.
ADT캡스는 IT보안업계 1위 SK인포섹과 합병하면서 다시 한 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SK인포섹은 빠르게 성장하는 IT보안 시장을 장악해 최근 5년 평균 대략 10% 안팎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중이다. SK인포섹의 매출이 더해지면서 합병후 ADT캡스의 매출(합병전인 작년은 단순 합산)은 2020년 1조3886억원을 기록했고 지난 상반기에는 7203억원으로 에스원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에스원은 작년 매출 2조2233억원, 상반기 1조1430억원을 기록했다. 에스원 매출의 26%가량은 본업인 보안관련 사업이 아닌 건물관리 사업에서 나온다.
이익률 1위 알짜 기업
시장에선 ADT캡스가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안정적인 경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온 점을 주목한다. ADT캡스는 계열사 지원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대주주에게 적지 않은 배당을 해야했다. PEF인 칼라일은 물론이고 2018년 SK텔레콤에 인수된 후에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ADT캡스는 2019년 1164 억원, 지난해 719억원을 SK텔레콤과 맥쿼리인프라 등에 배당했다.그룹 계열 우량 기업으로 알려진 ADT캡스의 현재 부채비율이 830%에 이르는 것은 SK그룹이 회사를 3조원에 인수하면서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1조9000억원가량을 빌렸고 이 부채가 회사 몫이 됐기 때문이다. 이번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이유 역시 이 빚을 일부 갚으면서 맥쿼리 등 재무적 투자자들도 주식을 팔고 나갈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다.
ADT캡스가 배당금 압박 속에서도 안정적 경영을 이어온 비결은 10~20%를 오르내린 업계 최고의 영업이익율 덕분이다. 영업이익률 10% 안팎인 에스원에 비해 대폭 높은 수준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ADT캡스가 빚 때문에 높은 수준의 배당을 하면서도 문제 없이 회사를 운영하고 성장세를 이어왔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ADT캡스 회사채를 A등급으로 평가한 배경이다. 이달 이뤄진 회사채 공모발행 수요예측에도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했다.
"IPO 성공시 업계 1위, 아니면 가시밭길"
ADT캡스의 당면 과제는 현재 불안정한 재무구조 개선이다. 신용등급 A등급은 SK그룹의 지원 가능성 덕분에 A-에서 한 등급 올려받았다. 시장점유율 등 영업 관련 요소 외 재무관련 지표에선 거의 모든 항목이 BBB등급 평가를 받는다. 한국기업평가는 "총 자산의 69%가 영업권 등 무형자산으로 구성된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 자본구조 및 재무안정성을 판단할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현재 830%에 이르는 부채비율을 개선하려면 IPO외엔 그룹의 대규모 현금지원 밖에 없다. SK그룹이라고 해도 단기간에 많은 현금을 동원하긴 쉽지 않고 다른 투자 수요도 많다. ADT캡스의 모회사도 조만간 SK텔레콤에서 투자회사 SK스퀘어로 바뀐다. 기존 ADT캡스의 모회사 SK텔레콤이 투자 부문을 분할해 SK스퀘어를 설립중이다. SK스퀘어의 다른 자회사 SK하이닉스, 11번가 등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결국 ADT캡스가 스스로 IPO에 성공해야한다. 이를 위해선 '밝은 미래'를 보여줘야한다. ADT캡스는 일단 SK인포섹과의 합병으로 종은 평가를 받았다. 보통 복리로 연 7~8% 수익을 노리는 PEF들이 프리IPO에 참여했다는 것은 성장 가능성을 높이 봤다는 의미다. ADT캡스는 물리보안 서비스에 SK인포섹의 정보보안을 접목해 융합보안 플랫폼 기업으로의 성장전략을 택했다. 업계 1위 에스원이 2015년 정보보안 부문을 삼성SDI에 넘기고 건물 관리업을 키우는 것과 상반된다. 상상인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에스원은 (ADT캡스의 )SK인포섹과 같은 사업이 없어서 성장률 측면에서 (경쟁사 만큼의)가점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보안 산업 전체 규모도 매년 성장하는 등 업계 전망도 밝은 편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경기위축됐음에도 전년 대비 매출이 성장했다. 비대면 플랫폼 확산에 대응해 신규서비스를 내놓았고, 오피스 빌딩 등의 발열감지 장비와 비대면·비접촉 통제 등의 수요가 몰린 덕분이다.
장미빛 전망은 IPO가 성공하면서 배당 압력이 낮아져 과감한 투자가 가능해졌을 때 얘기다. 당장 ADT캡스와 옛 SK인포섹의 화학적 결합부터가 문제다. 과거 ADT캡스가 경쟁사의 두 배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다는 것은 달리 보면 일정부분 '쥐어 짜기' 운영을 했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부잣집 식구였던 SK인포섹 직원들이 ADT캡스와 한 회사가 된 뒤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IT엔지니어와 전통 방식으로 운영되온 물리보안 업체 직원들간 성향 차이도 크다. 에스원이 정보보안 부문을 삼성SDI로 보낸 것엔 이 같은 이유도 있었다고 추정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내년 증시의 상황도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최근 공모주 청약 시장은 양극화가 심하다. 카카오페이와 같이 투자가 몰리는 곳이 있는 반면 신통치 않은 성적표를 받는 곳도 있다. 시몬느 등 상장을 아예 철회한 기업도 나온다. 증시가 다시 불타오르지 않는다면 ADT캡스 상장의 성패는 기관과 일반인들에게 미래 청사진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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