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점보다 소폭 하락한 가격에 실거래가 이뤄진 곳도 있습니다. 매물이 없고 찾는 사람이 적은 분위기 자체는 바뀌지 않았는데 정부의 '대출 조이기'로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일부 아파트에서 이런 거래가 나온 것 같습니다."(서울 금천구 A 공인 중개 관계자)
꿈쩍 않던 서울 집값이 상승세가 주춤해졌다. 기존 실거래가보다 수천만원 낮은 가격에 매매가 이뤄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실거래가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매수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실거래가에도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특히 서울 외곽지역인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두드러지고 있다.
실거래가 약세가 집값의 대세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일선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일부 거래에만 국한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집주인들은 호가를 내리지는 않고 있어서다. 실수요자들이 닿기에 높은 가격이다보니 일부 가격이 내린 거래가 나오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금천구 시흥동에 있는 남서울힐스테이트 전용 84㎡도 지난 6일 10억9000만원에 매매 거래가 맺어졌다. 지난달 11억3000만원까지 올랐던 이 면적대는 불과 한 달 만에 실거래가가 4000만원 떨어졌다.
중소형 평형대에서도 이런 거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금천구 독산동 금천현대 전용 59㎡도 지난 1일 6억23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달 6억9900만원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7600만원 하락한 수준이다.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중계금호 전용 59㎡는 지난 12일 6억7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전고점인 6억8800만원보다 1800만원 떨어진 수준이다.
전고점보다 실거래가가 소폭 하락한 것에 대해 노원구 중계동의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분위기가 그 전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며 "다만 워낙 거래가 안되다 보니 가끔 급매 물량이 나오면 기존 실거래가보다 소폭 싸게 나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천구 시흥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도 "최근 정부에서 대출 등을 규제한 이후에 기존 실거래가보다 소폭 하락한 거래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노원구의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주인들은 여전히 비싸게 매도하기 위해 호가를 내리지 않는 상황"이라며 "호가는 유지되는 가끔 그 가격에 실거래가 이뤄지면 다음 호가는 실거래가에 5000만원을 더한 수준으로 치솟는다"고 했다.
강서구 D 공인 중개 관계자도 "거래가 활발하지는 않아도 아예 매물이 팔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재산세 등이 나오는 올해 말까지는 당분간 매물 잠김 현상이 지속되면서 가격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10월 둘째 주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집값 상승률이 하락한 곳은 14곳이다. △강서(-0.05%p) △관악(-0.05%p) △노원(-0.04%p) △구로(-0.04%p) 등이다. 집값을 유지한 곳은 4곳, 집값이 상승한 곳은 7곳이었다. 상승률은 줄인 곳이 더 많았다.
서울 부동산 시장의 거래 절벽도 지속되고 있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매매는 276건에 불과하다. 10건 미만으로 거래된 자치구가 13곳으로 25개 자치구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중구에서는 이달 들어 단 1건의 거래만 이뤄졌다.
집을 사려는 심리도 위축됐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하는 주간 통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서울 매매거래지수는 7.6으로 이달 들어 2주 연속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이 지수는 0~200 범위 이내로 나타나는데, 0에 가까울 수록 거래가 한산하다는 의미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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