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송현수 지음, 엠아이디미디어)은 온갖 동식물의 사냥, 서식, 짝짓기 등을 면밀하게 관찰해 동물의 행동에 응용된 과학 원리를 흥미롭게 전하는 책이다. 언뜻 보기에 개와 고양이가 혀를 내밀어 물을 마시는 방법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개는 긴 혀를 말아 국자 모양으로 만들어 물을 떠 마시고, 고양이는 혀를 세워 혀끝만 물에 살짝 댄다. 표면장력으로 혀끝에 달라붙은 물이 관성에 의해 끌려 올라오는 것을 활용한 행동이다.
유체역학을 전공한 저자가 액체와 동물을 매개로 소개하는 과학의 세계는 신비롭다. 상어의 날렵한 측면부가 반영된 수영복, 산천어를 닮은 KTX, 복어처럼 생긴 자동차 등 동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은 유체역학은 이미 실생활에 깊숙이 녹아 있다.
《일상 속 숨어 있는 생물학 이야기》(사마키 다케오 외 지음, 예문아카이브)도 일상과 밀접한 생물학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다. 인간과 바이러스는 어떻게 싸우는지, 에이즈 백신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금발 아버지와 흑발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머리카락은 어떤 색일지 등 알 듯 모를 듯한 과학의 세계를 쉬운 언어로 설명한다. 동양인의 조상이 추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쌍꺼풀보다 외꺼풀이 많아졌다는 등의 눈길을 끄는 내용이 적지 않다.
《mRNA혁명, 세계를 구한 백신》(전방욱 지음, 이상북스)은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생물학자가 소개하는 ‘백신 혁명’의 진짜 모습이다. 인류를 코로나19의 공포로부터 해방한 화이자와 모더나의 mRNA백신이 무엇인지 기본원리를 설명하고, 백신을 개발하는 밑바탕이 된 여러 과학자의 연구 과정과 결과를 낱낱이 살펴본다.
헝가리 출신 여성 과학자 카탈린 카리코가 남긴 40년간의 연구 발자국을 촘촘히 기록한 게 특히 눈에 띈다.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mRNA의 가능성을 믿고 열악한 상황에서도 꾸준히 연구 활동을 지속한 카리코의 원천기술이 있었기에 ‘게임 체인저’인 코로나19 백신도 나올 수 있었다.
《이지유의 이지 사이언스-간식》(이지유 지음, 창비)은 간식에 담긴 과학 이야기를 푼 책이다. 저자는 과학 정보로 대중과 소통하는 ‘과학 큐레이터’. 라면과 떡볶이, 만두에서 시작해 휴게소의 커피, 영화관의 팝콘, 편의점의 삼각김밥에 담긴 과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이가 들수록 라면을 먹은 뒤 얼굴이 잘 붓는 이유와 같은 가슴에 확 와닿는 이야기들이 담겼다. 열량이 550㎉인 라면으로 세 끼를 해결해도 성인의 하루 필요 열량(2000㎉)을 채울 수 없다. 하지만 라면 한 봉으로 하루 나트륨 권장량(2g)을 거의 다 먹은 셈이 된다.
체내에 나트륨 농도가 높아지면 갈증을 유발하고, 자연스레 소변이 잦아진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신체의 피드백 작용이 늦어져 물을 많이 마셔도 소변량이 늘지 않는다. 그 덕분에 얼굴은 달덩이가 된다. 라면도 젊을 때 먹으라는 저자의 충고는 절로 미소 짓게 한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