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사례가 개그맨, 오바이트, 아이쇼핑, 베프, 인싸 등이다. 개그맨은 영어권의 코미디언을 의미한다. 특정 방송 프로그램의 영향인지 개그(gag)가 코미디를 대체했다. 오바이트(overeat)는 영어에서 ‘과식’이라는 뜻이지만 한국에선 ‘구토’로 쓰인다.
물건을 사지 않고 눈으로 구경하는 아이쇼핑(eye shopping)은 윈도쇼핑(window shopping)의 한국식 표현이다. 베프는 베스트 프렌드(best friend), 스펙(spec)은 스페시피케이션(specification: 설명서·사양)의 준말이다. 젊은층 유행어 ‘인싸’는 인사이더(insider)를 줄여서 세게 발음한 경우로, 한국만의 독특한 용례다.
학자들은 “언어와 문화는 교감과 변용을 통해 생명력을 키워간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핸드폰(모바일), 웹툰(웹코믹), 오토바이(오토바이시클) 같은 콩글리시는 영어에 어원을 둔 한국어다. 영어도 프랑스어 등 외국어 단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의미와 음운이 바뀐 게 많다.
지난달에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콩글리시라는 단어를 비롯해 스킨십, 치맥, PC방 등 26개 한국말 단어를 새로 등재했다. 한류 덕분에 한국어 사용빈도가 세계적으로 높아진 결과다. 한국에서만 쓰는 말이 본토 영어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됐으니, 우리의 ‘문화자본(cultural capital)’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의료보건 분야 등의 전문용어는 가려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타임스도 한국 정부가 많이 쓰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는 영어권에서 전혀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코로나와 함께 살기’(living(coexisting) with COVID-19)라는 뜻의 어구를 일본식 조어로 표현한 건 어색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K팝과 ‘오징어 게임’ 등을 계기로 옥스퍼드대에서 한국 관련 세미나까지 열린다니 반갑다. 콩글리시뿐 아니라 우리 말과 문화가 세계로 더 뻗어나가려면 관련 연구도 보다 깊어지고 체계화돼야 하겠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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