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부산 기장군 LPGA 인터내셔널에서 막을 올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는 국내 대회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 포착됐다. 30여 명의 갤러리가 1번홀에서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본 뒤 2번홀로 함께 이동한 것.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운영의 필수 인력만 대회장에 들어갈 수 있는 국내 대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현장 곳곳에는 이들을 위한 카트까지 준비돼 있었다.
LPGA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대회 주최사인 BMW의 우수 고객 ‘엑셀런스 클래스’ 멤버와 협찬사 관계자다. 이들을 위해 비표 300개가 배부됐다. 대회 전 열리는 프로암이 아니라 본 경기에 주최사 및 협찬사 관계자들을 초청한 것은 전례가 없다.
LPGA 관계자는 “협찬사 관계자는 대회 운영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협찬 상황을 점검하는 등의 필요가 있어 대회장 출입이 문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산시, 페퍼저축은행, 나이키, 씨젠의료재단 등이 이번 대회 협찬사로 참여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대회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방역 지침을 내세웠다는 점이다. 출전 선수 84명과 캐디는 호텔 및 대회장을 오갈 때 조직위원회가 제공하는 차량을 이용해야 하고, 호텔에서는 방에만 머물러야 한다. 같은 호텔에 투숙한 선수끼리도 접촉해서는 안 된다. 안전한 대회를 위한 ‘방역 버블’ 조치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디펜딩 챔피언 장하나는 “갑갑하다. 경기가 끝나면 함께 맛있는 것도 먹고, 바람도 쐬면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모든 선수에게 적용돼 공평하기 때문에 (방역 지침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한 대회를 위해 선수와 모든 참가자가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LPGA 관계자는 “초청 인원 300여 명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거치고 대회 앱을 접속한 상태이기 때문에 모두 관리할 수 있어 문제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들의 관람 매너도 도마에 올랐다. 몇몇 갤러리는 대회장 안에서 흡연하는 모습이 목격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티잉 구역을 비롯해 선수와 캐디가 이동하는 경로 곳곳에서 마스크를 턱까지 내리고 담배를 피웠고, 선수들은 표정을 찡그리며 근처를 지나가기도 했다. 갤러리가 대회장에 동반할 때도 흡연은 결코 해서는 안 되는 행동 중 하나다.
이번 대회는 한국에서 열리는 유일한 LPGA투어 대회로,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취소돼 2년 만에 열렸다. LPGA투어가 주관하는 행사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로컬 파트너로 참여한다. 모든 방역 지침과 운영은 LPGA투어가 주관한다.
부산=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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