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변화에 얼마나 잘 적응하고 있느냐’는 기업 가치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코로나19 이후 약 2년 새 유통 대장주 시가총액 1~3위는 모조리 자리 바꿈을 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유가증권시장 유통업지수 내 시총 1위 종목은 이마트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인 2019년 말 3위였던 이마트는 이제 국내 유통 대장주로 자리매김했다. 시총은 약 4조5000억원으로, 2년 새 20% 이상 늘었다. 2019년 말 국내 유통 대장주 자리에 앉아 있던 롯데쇼핑은 유통업 내 시총 4위까지 밀려났다. 사실상 삼성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은 제외한 순위다. 코스피 유통업 지수는 한국거래소가 사업별 매출 비중 등을 고려해 도·소매업종으로 분류한 종목을 담고 있다.
유통 대장주 자리를 좌우한 건 e커머스(전자상거래) 경쟁력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마트는 쓱닷컴과의 시너지를 통해 오프라인 시장 점유율도 상승했다”며 “롯데쇼핑의 경우 롯데하이마트, 롯데백화점, 롯데홈쇼핑, 롯데마트 등 유통 밸류체인을 모두 갖고 있다 보니 e커머스 전략을 위한 퍼즐 맞추기가 더 복잡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플랫폼 ‘롯데ON’의 경쟁력 강화 전략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기회도 이마트에 내줬다.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스타벅스와의 시너지 등을 앞세운 이마트의 올해 영업이익은 3780억원으로, 작년 대비 59.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롯데쇼핑 영업이익은 올해 3130억원으로, 작년보다 9.5%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이마트의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22만8556원이다. 21일 종가 16만1500원을 감안하면 40%가량 더 오를 여력이 있다는 게 증권가의 판단이다.
재택근무도 유통업계 판도를 뒤흔든 강력한 변수다. 자회사 동서식품을 거느린 동서가 대표적인 예다. 동서식품은 ‘카누’ ‘맥심’뿐 아니라 스타벅스 등의 즉석음용(RTD·ready to drink) 제품을 생산 중인데 재택근무 일상화로 실적이 크게 개선돼 2019년 말 유통주 시총 10위에서 작년 말 2위로 뛰어올랐다. 호텔신라, 롯데쇼핑을 제쳤다. 재택근무가 줄어들고 직장인이 사무실로 복귀한 지금은 6위로 밀려났다. 한샘 역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가구 교체 수요가 증가한 효과로 시총이 14위에서 8위로 올라섰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의 목표주가를 12만원으로 제시하면서 “다음달 국내 주요 경제활동인구의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이 완료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백화점의 패션·잡화 수요 회복이 4분기에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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