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대라고 하지만 도서관이 점점 늘어나는 중이다. 숨죽이고 책만 보던 단조로움을 탈피하여 춤추고 노래하고 감상하는, 개성 가득한 공간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도서관 민주주의》는 더 많은 도서관이 들어서야 하는 이유와 함께 도서관의 역사와 다양한 형태의 도서관을 소개하는 책이다. 경제학 박사가 경제학적 사고로 도서관을 해석한 만큼 읽다 보면 경제 논리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도서관과 민주주의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이 책의 저자인 국회도서관 현진권 관장은 “한 국가의 민주 제도 수준을 알려면 그 나라의 도서관을 보면 된다”며 “정치인이나 행정가들이 더 좋은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경쟁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설파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도서관은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공도서관, 지성의 산실 대학도서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사립도서관 등이 있다. 공공도서관은 무조건 공공재일까. 민간이 만든 도서관 중에도 공공도서관이 있을까. 무료도서관이 유료도서관보다 좋은 것일까. 알쏭달쏭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며 읽으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저자는 청년들이 즐길 수 있는 10개의 도서관을 책 속에 특별히 소개했는데 그 가운데서 경기 남양주시 ‘이석영 뉴미디어 도서관’이 눈길을 끌었다.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딴 이 도서관은 ‘청소년’을 위한 음악과 뉴미디어를 특화시킨 공공도서관이다. 춤 연습을 할 수 있는 댄스 스튜디오와 음악 녹음 스튜디오, 뮤직홀까지 갖춘 이 도서관은 공간 전체를 예술작품처럼 꾸민 데다 햇빛을 활용하여 매시간 달라지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경기 의정부시 음악도서관은 블랙 뮤직을 테마로 공간을 디자인한 데다 LP부터 DVD, 음악도서까지 다양한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실내와 실외에서 계속 공연이 이어진다니 언제든 달려가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홍성의 충남도서관은 도청이 들어서야 할 자리에 공공도서관을 지어 관료 중심이 아닌 주민 중심의 문화를 선보였다.
훌륭한 시설을 무료로 개방하고 책을 양껏 빌려준다고 해도 도서관에 가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은 세상이다. 그런가 하면 돈을 내고 도서관에 가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해 서울 청담동에 개관한 ‘소전서림’ 도서관을 종일 이용하려면 입장료 5만원을 내야 한다. 오전이나 오후만 이용할 경우 3만원이고 연회비는 240만원에 달한다. 비싼 만큼 쾌적한 데다 카페와 와인바를 이용할 수 있으며 그날의 기분에 따라 의자를 선택하는 등 특급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부산 수영구의 사립도서관 F1963은 설립자가 200억원을 출연, 자본소득으로 운영이 가능하지만 혼잡을 피하기 위해 연회비 10만원을 받고 있다.
정치가와 행정가들이 국가 재원을 활용하여 공공도서관을 많이 짓는 것도 필요하지만 저자는 기부를 통한 공공도서관 건립을 기대하고 있다.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 간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서인지 미국과 영국에 2500여 개의 도서관을 세웠다.
2005년 서울 서대문에 들어선 ‘이진아 도서관’은 민간인의 이름을 붙인 유일한 공공도서관이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딸을 기리기 위해 부모가 50억원을 기부하면서 건립됐다. 미국 명문사학인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카네기멜론대, 존스홉킨스대의 공통점은 기부자의 이름을 붙인 대학이라는 점이다.
매력적인 공공도서관과 개성있는 사립도서관까지 멋진 공간들이 점점 더 늘어나면 제아무리 영상시대여도 책을 보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다. 경제적 시각으로 바라본 도서관이야기를 읽으며 카네기처럼 멋진 도서관 짓는 꿈을 꾸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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