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車보다 '탄소배출량' 적은 아이오닉 하브…"어떤 게 진짜 친환경차?"

입력 2021-10-22 17:09   수정 2021-10-22 17:11


전기차, 수소차뿐 아니라 엔진을 사용하는 기존 내연기관차까지 포함해 연료 생산과 공급, 자동차 생산부터 폐기·재활용에 이르는 전체 생애주기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친환경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기차의 동력원인 전기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적지 않은 탄소가 배출되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차량 사용 단계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잣대로 차량의 친환경성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청정 연료 '이-퓨얼'이란
이기형 한국자동차공업협회장은 지난 21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2021 자동차부품산업 발전전략 세미나'에서 "전기·수소차, 내연기관차 등 차량 단위가 아닌 탄소 배출 정도를 친환경차 분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엔진 자체보단 결국 연료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내연기관도 바이오 연료 등 친환경 연료 개발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가 제시한 친환경 연료는 '이-퓨얼'이다. 이-퓨얼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수소와 대기 중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결합해 만든 친환경 합성 연료다. 메탄올, 가솔린 등 다양한 형태로 제조 가능하며 수송용 대체 연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 엔진 개조 없이도 내연기관차에 곧바로 적용 가능한 데다 기존 연료 공급 인프라도 유지할 수 있다.

이-퓨얼 또한 연소 시 탄소, 질소산화물 등 유해 물질 일부를 배출한다. 다만 제조 시 이를 다시 포집해 사용하므로 배출 가스 절감에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도 후처리 기술로 걸러내 2025년 시행 예정인 '유로7'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이 회장은 설명했다.

독일, 일본 등의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이-퓨얼 연구개발(R&D)에 적극 투자해왔다. 이-퓨얼 외에도 열효율이 높은 디젤 엔진 원리를 적용한 '초희박 연소 엔진', 냉각수와 배기가스로 버려지는 폐열을 회수하는 시스템, 48V 하이브리드 시스템 등을 개발해 내연기관의 열효율을 50% 이상으로 높이기 위한 시도도 하고 있다.

열효율이 50%가 넘고 친환경 연료가 20% 투입된 하이브리드차는 전 생애주기 평가(LCA)로 측정한 탄소 배출량이 전기차보다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도요타 조사 결과 아이오닉 하이브리드가 테슬라 모델X보다 LCA 기준으로는 탄소 배출량이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제조사들은 전기차 개발로 전동화 전환 흐름에 대응하고 있지만 LCA 관점에서 탄소 배출량을 평가하려는 방안도 유럽과 일본, 중국 등에서 거론된다. 유럽의회와 유럽위원회는 2019년 LCA 적용 검토를 유럽연합(EU)에 요청했고, EU는 평가방법과 후속 정책에 대한 논의를 거쳐 2023년 결론 내리기로 했다. 중국은 LCA 규제를 2025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 증가로 예상되는 문제도 제조사들로선 간과할 수 없는 부분. 희토류, 리튬 등 배터리 원자재 부족으로 배터리·전기차 가격이 예상보다 줄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내연기관차를 쉽사리 놓지 못하는 이유다. 전기차 원가는 내연기관차의 1.5~2배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배터리 가격이 절감되지 않는 이상 적어도 2025년까지는 내연기관차가 업체들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배출가스 규제 시행에도 당장 업체들이 내연기관차 개발도 게을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들 때문에 포르쉐는 작년 12월부터 2400만달러(약 272억원)를 들여 칠레에 '이-퓨얼' 공장을 짓고 있다. 이-퓨얼 공장은 내년 가동을 시작해 풍력에너지를 활용한 이-퓨얼 13만L를 생산할 계획이다. 2024년 5500만L까지 생산량을 끌어올리고 2026년에는 그 10배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포르쉐는 이-퓨얼이 기존 휘발유와 비교해 탄소 배출량을 85% 감축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추산했다.

아우디도 2017년께부터 이-퓨얼 관련 연구와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연구시설을 설립해 상용화를 위한 시험 작업을 진행 중이다. 도요타·닛산·혼다 등 일본 브랜드도 지난해부터 이-퓨얼 연구에 착수했다. 특히 도요타는 이-퓨얼 상용화에 약 462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싸서 문제
이-퓨얼의 가장 큰 문제는 비싸다는 것. 물 분해로 수소를 만들고,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비용이 만만찮다. 수소 분해에는 재생에너지까지 쓰이니 비용이 더 늘어난다. 이기형 회장은 이-퓨얼 생산 비용을 L당 4유로(약 5480원) 수준으로, 휘발유 가격과 단순 비교하면 약 3~4배 차이 난다고 했다.

그러나 10년 내 이-퓨얼 가격이 1유로(약 1370원) 수준까지 내려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퓨얼 생산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소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본에서는 현재 L당 500엔(약 5160원) 수준인 이-퓨얼 가격을 10년 내 휘발유 가격보다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포르쉐도 현재 L당 10달러(약 1만1770원)인 이-퓨얼이 대량생산을 통해 2달러(약 235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이상적인 건 재생에너지로 전기차를 굴리는 것이라고 이 회장은 설명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 수요를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고, 여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연기관의 퇴출에 따른 부품사들의 경영 위기와 근로자들 실직 문제도 간과해선 안 되는 부분"이라면서 "전기차 전환은 전세계적 추세인 만큼 투자하는 한편 기존 내연기관의 효율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제조사들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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