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부원장 4명 중 3명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찬우 전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수석 부원장(사진 왼쪽부터)에, 김종민·김동회 현 부원장보가 신임 부원장에 각각 올랐다. 지난 8월 정은보 금감원장이 취임한 후 첫 인사로, 본격적인 ‘친정 체제’ 구축에 나섰다는 평가다.
금융위원회는 정 원장의 제청에 따라 이들 3명을 신임 임원으로 임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전 차관보가 수석 부원장을, 김종민 부원장은 은행·중소서민금융 부문을, 김동회 부원장은 금융투자 부문을 각각 맡는다. 임기는 모두 3년이다. 지난해 3월 임명된 김은경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유임됐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가교 역할을 하는 수석부원장 자리에 이 전 차관보가 임명된 점이 눈에 띈다는 평가다. 행시 31기 출신인 그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기재부 미래사회정책국장, 종합정책과장, 경제정책국장 등 핵심 보직을 두루 거쳤지만 금융위에 몸담은 적은 없다.
일각에서는 기재부에서 정 원장,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일한 경험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은보 원장이 이 전 차관보를 굉장히 신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기재부 요직 출신으로서 자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는데도 수락한 만큼 신망이 더욱 두터울 것”라고 말했다.
김종민 신임 부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애리조나 대학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1991년 한국은행에 입행한 뒤 1999년부터 금감원 총무국을 시작으로 보험준법검사국장, 총무국장, 기획조정국장 등을 거쳤다.
김동회 부원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카이스트에서 금융공학 석사를 받았다. 1989년 증권감독원으로 입사, 금감원에서는 금융투자감독국 부국장, 보험사기대응단 실장, 자본시장감독국장 등을 역임했다.
김은경 처장은 부원장 중 유일하게 유임됐다. 그는 정원장이 취임 직후 임원들에게 일괄 사표 제출을 요구했을 당시 이를 거부한 인사 중 한 명이다. 지난달 부터 금소법 적용이 본격화되면서 이를 고려한 인사라는 분석이다.
이번 인사를 시장으로 내달 부원장보 등 임원급 추가 인사도 단행될 전망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은보 원장이 취임후 아직까지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지 않아 왔지만, 부원장보 인사까지 마무리하고 나면 색깔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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