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어긋나는 대장동 수사"…검찰이 부끄럽다는 법조계

입력 2021-10-22 17:01   수정 2021-10-23 00:02

“지금 대장동 비리 의혹 수사는 상식에 어긋나는 점이 너무도 많습니다. 안타깝고 부끄럽습니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22일 경기 성남 대장동 특혜·로비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주요 피의자인 남욱 변호사를 체포한 뒤 ‘조사가 미진하다’며 풀어주고, 성남시장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미루다가 비판이 잇따르자 뒤늦게 강제 수사에 나선 것은 경험상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수사”라는 게 그의 얘기다. 이는 법조계 인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바이기도 하다.

전날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이 사건의 ‘몸통’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기소하며 배임 혐의는 빼고 뇌물죄만 적용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물론 수사팀 말마따나 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에 입각해 신중하게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적시한 혐의를 기소 과정에서 빼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게 법조계 인사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일각에선 “배임죄를 뺀 것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무혐의 처분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실이 아니라면 수사팀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문제는 물증 확보가 어렵다면 수사 의지라도 보여줬어야 하는데, 이마저도 실패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수사에 나선 이후 22일 만인 이달 15일에야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성남시장실·비서실 강제 수사는 21일에야 이뤄졌다. “이미 ‘한바탕 뒤집어 놓은’ 성남시청에 유의미한 증거가 남아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수사팀 내부에 의견 대립이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수사팀의 4인방 대질조사 방식을 놓고 내분이 일어났다는 취지의 보도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조사 방식은 부장 중심으로 수사 검사들이 수사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재경 지검의 한 현직 검사는 “특수 수사는 경험이 많은 상급자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게 상식”이라며 “현재 수사 과정을 보면 이처럼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최근 검찰에 조사받으러 나오는 주요 피의자들의 태도는 수사 초기에 비해 한층 여유로워졌다. 남욱 변호사는 취재진에게 농담하고 “나중에 커피 한잔 사드리겠다”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검찰 수사를 받으며 어떤 점을 느꼈기에 태도가 이렇게 바뀌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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