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탈환' 시동 건 고진영, 버디만 8개 맹타

입력 2021-10-22 17:40   수정 2021-10-22 23:49


어깨를 짓누르던 부담감을 떨쳐내자 완벽한 플레이가 나왔다. 샷은 날카로웠고 퍼트는 정확했다.

세계랭킹 2위 고진영(26)이 22일 부산 기장군 LPGA 인터내셔널 부산(파72·6726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뽑는 맹타를 휘둘렀다. 전날 1언더파 공동 42위로 아쉬움을 남겼던 그는 이날 단숨에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 우승 사냥에 나섰다.

고진영은 이날 8언더파 64타를 쳐 중간합계 9언더파 135타를 기록했다. 공동 선두 임희정(22), 안나린(25)에게 2타 뒤진 5위로 경기를 마쳤다. 경기 후 스스로 “100점짜리”라고 평가했을 만큼 완벽한 플레이였다. 버디로 시작해 버디로 끝냈다.

10번홀(파4)에 경기를 시작한 고진영은 첫 홀 두 번째 샷에서 실수가 나오며 위기를 맞는 듯했다. 하지만 이를 칩인버디로 연결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어 13번홀(파3)부터 3개 홀에서 내리 버디를 잡으며 상승세를 탔다.

후반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2번홀(파4)에서 첫 버디를 잡아낸 뒤 4번(파5), 6번홀(파3)에서도 1타씩 줄이며 선두권으로 치고 나갔다. 마지막 홀인 9번홀(파4)에서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이날 경기의 데일리베스트를 완성했다. 이날 고진영의 페어웨이 안착률은 92.85%(13/14), 그린 적중률은 77.78%(14/18)에 달했다. 퍼트 수는 24개였다.

고진영은 경기를 마친 뒤 “샷과 퍼트감이 모두 좋아 많은 타수를 줄일 수 있었다”며 “오늘 스윙이 올해 들어 가장 좋았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그는 전날 1라운드에서 71타를 쳐 LPGA투어 사상 최초 15개 라운드 연속 60대 타수 신기록을 세우는 데 실패했다. 2005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2017년 유소연(31)이 세운 14개 라운드 연속 타이 기록에 만족해야 했다.

그는 “주위에서 위로를 많이 해줬다. 엄마도 ‘그 기록이 뭐길래 우리 딸을 힘들게 하느냐’고 하시더라”며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엄마 눈은 못 속이는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나는 잘 안 됐을 때 크게 실망하지 않고 금방 일어서는 회복 탄력성이 좋은 편”이라며 긍정적 자세를 보였다.

고진영에게서는 전성기의 경기력을 회복했다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는 “60대 타수를 유지했던 지난 석 달간 내 스윙은 20점 정도였다. 오늘은 100점”이라며 “지금의 샷감을 유지하면서 한 홀 한 홀 집중하면 더 큰 기록을 세워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고진영이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세계랭킹 1위 탈환과 함께 LPGA투어 통산 한국인 200승의 주인공이 된다. 한국 선수 197~199승의 주인공인 고진영은 “제가 아니더라도 한국 선수들이 잘하고 있어서 200승 가능성은 높은 것 같다”며 “저도 거기에 5%(10승) 지분이 있으니 제가 아니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이날 2라운드에서는 임희정이 6타를 줄이며 중간합계 11언더파 133타로 안나린과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다니엘 강(29·미국)과 전인지(27)가 1타 차이로 선두를 추격하며 우승 경쟁에 나섰다.

부산=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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