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기자동차회사 테슬라가 모든 차종의 스탠더드 모델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하겠다고 지난 21일 발표하면서 글로벌 배터리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CATL, BYD 등 중국 업체가 생산하는 LFP 배터리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생산하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벌이게 됐다.
그동안 LFP 배터리는 주행거리가 짧아 중국에서만 ‘싼 맛’에 쓰는 제품으로 여겨졌다. 긴 주행거리, 짧은 충전 속도가 필수인 전기차에는 에너지 밀도가 높은 NCM 배터리가 대세가 될 것으로 업계는 예측했다.
그러나 NCM 배터리의 원자재인 코발트, 니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데다 폭스바겐 등 완성차회사들이 저가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히면서 LFP 배터리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배터리업체 일레븐ES는 세르비아에 유럽 최초로 연 16GWh를 생산할 수 있는 LFP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BYD가 테슬라로부터 10GWh 규모의 LFP 배터리를 수주했다’는 보도까지 이날 나왔다.
LFP 양극재 기술이 어려운 건 아니다. 다만 공정을 바꾸는 데 1~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소재업체들은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거나 외주를 주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국내 생산이 전무하지만 원가가 낮은 LFP의 장점을 무시할 수 없다”며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가격경쟁력 확보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8~10년인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이 다하는 2027년께부터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활성화되면 가격 측면에서도 NCM 배터리가 유리해진다. “NCM은 ㎾h당 23달러의 금속을 회수할 수 있지만 LFP는 4달러에 불과하다”(SNE리서치)는 게 이유다. 유럽연합(EU)은 2030년부터 코발트 12%, 니켈 4%를 의무적으로 재활용하도록 규제할 방침이다.
테슬라도 이달 초 애널리스트 설명회에서 “LFP는 NCM의 에너지 밀도에 도달할 수 없다”며 “10~20년 뒤를 보면 가장 고성장하는 배터리는 NCM일 것”이라고 밝혔다. “LFP는 주행거리가 짧아도 되는 (저가 전기차) 분야에서 활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고가 고성능 전기차에는 NCM, 저가 전기차에는 10~20%가량 저렴한 LFP 배터리로 시장이 양분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김형규/남정민 기자 khk@hankyung.com
관련뉴스